[고용없는 성장의 덫] 美 경제위기때 일자리 800만개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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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인사이드'고용없는 성장(Jobless growth)'은 세계 주요국가들이 안고 있는 공통된 난제(難題)다. 각국마다 경제의 외형이 커지는 것과는 별개로 고용사정은 나아지지 않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회복엔 3~4년 더 걸릴 듯
미국의 경우 2007년 4.6%였던 실업률이 2008년 5.8%로 상승한 데 이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는 9.6%로 2년 새 두 배 이상 급등했다. 2007년 4분기 이후 2년간 약 8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다행히 미국의 경제성장률(전기 대비 기준)이 2008년 4분기 -1.4%까지 추락했다가 지난해 3분기에 0.6%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고용지표는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10.2%까지 치솟았던 월별 실업률이 지난해 11월 10.0%로 낮아졌다.
하지만 미국의 고용시장이 본격 개선된다고 판단하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해 12월7일 "내년에 완만한 경기회복세가 예상되지만 실업률 개선 속도는 기대보다 훨씬 느릴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기 미국 투자은행인 JP모건도 10%인 미국의 실업률이 6% 정도로 떨어지려면 연 평균 4~5% 성장하더라도 2013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전통적으로 실업률이 높은 유럽지역의 사정은 더 나쁘다. 2007년 4분기 0.3%를 기록했던 유럽연합(EU)의 성장률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지난해 초 -2.4%까지 추락했으나 3분기에는 0.3%로 회복했다. 그러나 이 기간에 EU 전체의 민간고용은 2005년을 100으로 봤을 때 2007년 103.2에서 지난해 3분기 102.8로 악화됐다. 실업률도 2007년 7.1%에서 지난해 2분기 8.7%로 급등했다. 월별 실업률도 지난해 6월 이후 1년4개월 연속 오름세다. EU집행위원회는 올해 EU 전체 실업률이 10.3%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라별로는 독일의 실업률이 2007년 8.6%에서 지난해 2분기 7.7%로 낮아졌을 뿐 같은 기간 영국의 실업률은 5.3→7.7%,프랑스 8.0%→8.8%,덴마크 4.0%→6.0%,스페인 8.3%→17.9% 등으로 고용사정이 악화됐다.
일본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1998년 -0.2%에 그쳤던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이후 10년 넘게 2% 안팎을 보이다가 2008년 다시 -0.7%로 급락했다. 지난해 3분기에도 0.6% 성장에 그쳤다. 이 같은 오랜 장기불황 속에서 실업률은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2007년 3.9%였던 일본의 실업률은 2008년 4.0%에 이어 지난해 3분기에는 5.4%까지 치솟았다.
물론 지난해 9월(5.3%)과 10월(5.1%) 실업률이 소폭 하락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일본 총무성도 최근 고용시장이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이나 한국과 달리 일본은 10년 넘게 고용 없는 회복은커녕 장기불황 속 실업이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