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유 선물 투기 차단한다

거래규모 제한…유가 안정 유도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에너지 시장의 투기적 매매에 대한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과도한 국제유가 상승을 막기 위한 것이다.

14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상품선물 시장을 규제 · 감독하는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농산물 시장에 적용하던 거래 제한을 원유와 천연가스 휘발유 등으로 확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는 일부 대형 금융사나 펀드가 원유와 휘발유 가격을 끌어올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거래 한도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CFTC 측은 설명했다. 규제안에 따르면 기관당 하루 원유 거래량이 9800만배럴로 제한된다. 새 규제안은 뉴욕상품거래소(NYMEX)와 국제거래소(ICE)의 원유 휘발유 천연가스 난방유 등의 선물 거래에 적용된다. 주로 NYMEX에서 이뤄지는 선물과 옵션 거래가 포함될 전망이다. 다만 정유사와 항공사 등 가격 변동을 줄이기 위한 헤지 차원의 선물 거래에는 예외를 두기로 했다. CFTC는 석 달간의 공청회를 거쳐 최종 확정 후 시행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가 유가 급등 현상을 막기에는 역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 강세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또 이번 조치가 감독 규제 미흡에 대한 의원들의 원성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지만 자칫 상품 시장을 해외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날 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2월물은 0.26달러(0.3%) 떨어진 배럴당 79.3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ICE의 브렌트유도 0.49달러(0.6%) 떨어진 77.82달러로 마감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서기열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