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갈등은 美·中 패권분쟁 대리전…G2화합 '가물가물'

군사·무역 이어 인터넷까지 충돌 전방위 확산
유라시아 그룹 "양국 마찰이 올 최대 위험요소"
미국과 중국 간 분쟁이 확전 일로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질서 재편을 이끌 두 축으로 부상한 양국이 경제는 물론 군사 외교 인권에 이어 인터넷까지 영역을 넓혀가며 동시다발적으로 충돌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올해 가장 큰 세계 정치 리스크"(세계적 정치컨설팅업체유라시아그룹)라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글로벌 리더십의 균열이 가져올 파장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G2 분쟁 '무풍지대는 없다'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과 해킹에 대응한 구글의 철수 위협은 잇따르고 있는 양국 간 분쟁의 최신 사례일 뿐"이라며 "G2(주요 2개국)가 국제 분쟁의 해결사가 될 것이라는 희망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첫 방중 때 "강대국이 협력하면 충돌할 때보다 얻을 게 많다"고 했지만 잇단 분쟁은 그의 희망을 퇴색시키고 있다.

구글과 중국 정부 간 갈등은 새해 초부터 불거진 △중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 관세 부과와 △대만에 무기 판매를 결정한 미국에 항의하기 위한 중국의 첫 지상 미사일 요격 실험 등에 이은 것이다. 구글이 세계 최대 인터넷 시장 중국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는 배수의 진을 친 이유는 해킹과 검열 때문이다. 구글 사태는 지난해 12월 중국 인권운동가 두 명의 G메일(구글의 이메일) 계정이 해킹당한 게 직접적인 발단이 됐다.

구글 사태는 중국의 인권 문제를 놓고 벌이는 미 · 중 분쟁의 한 사례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중국이 11년간의 징역형을 선고한 인권운동가 류샤오보에 대해 석방을 요구하면서 "의사표현 자유를 탄압하는 건 국제 인권규범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반체제 인사로 지목하고 있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나는 것도 고려 중이다. 미국은 중국이 지난 11일 지상에서 사상 처음 미사일 요격 실험을 한 것과 관련,중국 측에 관련 정보를 제공해줄 것도 요구했다. 이번 실험은 미 국방부가 지난 6일 대만에 패트리엇 미사일 등 무기 판매를 승인한 데 따른 중국 측의 경고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는 대만이 패트리엇-3를 통해 미사일방어(MD) 체계를 갖추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미사일 판매 결정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미국과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미국 함정의 정찰을 둘러싸고도 분쟁을 벌여왔다.

◆사이버 전쟁 양상으로 번져


구글 사태의 뒷면에는 미국과 중국 간 사이버 전쟁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은 2003년부터 베이징 광저우 등 4대 군구 산하에 미국 유학생 등 2000여명의 해커로 구성된 '전자전 부대'를 창설해 운영 중이다. '훙커(레드 해커)'로 불리는 100만여명의 민간 해커들은 2001년 백악관 사이트를 완전히 다운시키기도 했다. 미국의 인터넷 검열과 해킹 중단 요구에 장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다른 국가처럼 국제사회에 통용되는 방식으로 법에 근거해 인터넷을 관리한다"며 중국 정부의 구글 해킹 연루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미국의 보안회사인 베리사인 아이디펜스랩은 구글 해킹을 추적한 결과 중국 정부와 관련된 징후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선 미국이 정치적 목적으로 인권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구글을 내세웠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칭화대 중미관계연구센터의 자오커진 부소장은 "오바마 행정부가 올해 중간선거를 겨냥해 인권과 무역불균형을 들고 나와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과 대만 등은 미국 편들기에 나서고 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의 대변인은 "인터넷 자유는 기본적인 권리"라고 강조했다. 대만 정부도 중국이 언론과 인터넷 자유를 존중해줄 것을 촉구했다. 미국의 정치 · 경제 컨설팅사인 유라시아그룹의 이안 블레머 회장은 "자국의 금융 안정에 집중했던 미국이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한 개입을 강화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중국과의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