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강남아파트의 거품 논란

3.3㎡당 3000만원이 넘는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값은 '거품'일까요 아닐까요.

거품의 가장 큰 특징은 '투기적인 과잉 수요'입니다.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값이 급등하게 됩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파동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실제 가치의 변동이 뒤따르지 않는 가격 급등은 사람들의 마음이 냉정해지면 제자리로 되돌아갑니다. 여건의 변화로 가격이 오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컨대 저금리로 바뀌면 예전에 발행했던 채권 값이 급등하고 아파트 값도 오르게 됩니다. 저금리 기조가 일시적이라면 높아진 자산가격은 금리 상승과 함께 원래 수준으로 되돌려질 가능성이 높지만,저금리가 지속된다면 높아진 가격이 영구화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거품으로 보기가 어렵습니다.

미래의 수요와 공급 변화가 가격에 선반영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예컨대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석유 생산시설의 낙후로 머지않은 시기에 석유 부족 사태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국제 시장에서 원유 값이 급등했습니다. '석유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소비를 줄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주는 것으로 정상적인 가격 상승으로 봐야 합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투기세력이 붙기 때문에 정상적인 가격신호 기능이 작동한 것만으로 해석할 수 없습니다. 거품의 크기를 측정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습니다.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남아 있고,저금리 효과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 지역에 주택 공급을 늘리라는 가격신호도 계속 내보내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규제 문제까지 얽혀있습니다. 아파트 공급을 늘리려면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데,이 경우 일시적인 가격 급등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강남아파트 값에는 이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너무 많아 '거품'으로 보기 보다는 '오리무중'이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승윤 금융팀장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