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은 구글 문제"…MS·HP '중국 편들기'

"중국은 큰 시장" 구글 지지 거부
獨 "익스플로러 쓰지말라" 권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휴렛팩커드(HP)가 중국의 인터넷 검열과 해킹에 대응,중국 사업 철수 가능성까지 선언한 구글에 대한 지지를 거부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에 이어 야후가 구글편에 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FT는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허드 HP CEO가 구글과 중국 정부 간 분쟁을 "구글의 문제"라고 격하하고 "중국은 엄청난 성장을 하는 놀라운 시장"이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발머 CEO는 중국 내 인터넷 검색서비스에서 (구글처럼) 검열을 중단시킬 것이냐는 질문에 직답을 회피하면서 "매우 큰 기관들도 해킹을 당한다"며 "인터넷 보안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큰 비즈니스 기회"라고 덧붙였다. 허드 HP CEO도 "(구글 분쟁 사태가) IT 산업의 진화에 위협이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데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인터넷 사용 인구는 지난해 말 현재 3억8400만명에 달한다. 전년 말보다 28.9% 늘어난 것이다. 휴대폰으로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는 모바일 누리꾼도 2억3300만명으로 전년(1억1300만명)보다 두 배 이상 급증했다.

MS와 HP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다간 막대한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구글은 지난해 말 중국 인권운동가의 G메일(구글의 이메일)이 해킹을 당한 이후 중국에서 해킹당한 30여개 다른 다국적 기업과 함께 중국 내 인터넷 검열과 해킹 문제를 제기하려고 했지만 야후 등을 제외하곤 대부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닷컴은 이날 "야후가 구글을 지지하고 나선 것은 무모한 일"이라며 야후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냈다. 야후는 중국 내 사업 경영권을 알리바바닷컴에 넘기고 대신 알리바바 지분 40%를 갖고 있는 상태다.

한편 독일 연방정보보안청(BSI)은 구글 등에 대한 중국 측 해킹과 관련해 자국민이 당분간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사용하지 말도록 권고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MS는 익스플로러도 보안상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