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 속 울음소리…5시간 사투…2살 아이 살렸다

아이티 '생존한계 72시간' 지나…기적 바랄뿐
각국 구조대 1700여명 막판 생존자 찾기 안간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폐허가 된 유치원 건물 잔해 더미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 5시간여의 사투 끝에 구조에 성공했다. 분홍색 머리띠를 두른 두 살배기 미아(Mia)는 약간 화가 난 표정이었지만 건강에는 이상이 없어 보였다. 구조팀은 탈수증상을 막기 위해 곧바로 물을 먹였다. "(영국 구조대원 사이먼 코딩)

최대 2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이티 지진 참사 사흘째인 지난 16일.수도 포르토프랭스 외곽인 데프레즈에서 기적적인 일이 일어났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맨체스터와 웨일스 출신 소방관 12명으로 구성된 영국 구조팀은 데프레즈에서 여아 구조에 성공했다. 마이크 토머스 영 구조대장은 "음파탐지기로 생존자의 숨소리를 감지했다"며 "구조팀 전원이 매달려 구조에 나섰지만 불행하게도 나머지 2~9세 유치원생 4명의 시신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고 말했다. ◆각국 구호 본격화

아이티 지진 대참사 발생 닷새째로 접어들면서 세계 각국의 구조 및 구호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아이티에는 세계 각지에서 급파된 27개가량의 국제구호단체와 1700여명의 구조대원,160여마리 수색견이 총동원돼 마지막 생존자 찾기에 나선 상태다. 생존한계인 72시간을 넘어서면서 구조대원들의 손길이 더욱 바빠지고 있다.

미국은 대규모 군병력을 아이티에 긴급 배치해 대재앙 수습을 사실상 진두지휘하고 있다. 4200여명의 미군이 아이티에 파견된 가운데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은 최대 1만명의 미군을 18일까지 아이티의 지진 피해지와 해안에 배치하기로 했다. 17일 아이티에 도착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미국은 오늘도,내일도,앞으로도 아이티가 정상화될 때까지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강력한 구호 의지를 전달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6일 부시 전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을 백악관에 초청,아이티 재난구호 활동을 지원하고 전국적인 모금활동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이에 따라 이날 구호기금 모금을 위한 웹사이트(http://www.clintonbushhaitifund.org)를 개설했다. 서아프리카 세네갈의 압둘라이 와드 대통령은 "아이티 국민은 세네갈을 비롯한 아프리카의 후손"이라며 "이주를 원할 경우 땅을 무료로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이티 구호 금액도 불어나고 있다. 프랑스는 200만유로(약 288만달러)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고 적십자는 지금까지 3500만달러의 성금을 모았다. 미국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인도네시아 쓰나미 사태 때보다 더 많은 금액이다. 유엔은 아이티 복구를 위해 총 5억6000만달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엔은 아이티 지원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18일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15분간 전화통화를 하고 "한국 정부가 우선 100만달러 규모의 긴급 지원을 시작했지만 유엔의 구호 지원활동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추가로 지원에 나서려 한다"고 말했다고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시체 악취 피하려 콧잔등에 치약 발라

각국의 구호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티는 여전히 혼돈 속에 빠져 있다. 엘리자베스 비르 유엔 대변인은 "아이티 대지진은 역대 최악의 자연재해"라고 말했다. 유엔에 따르면 포르토프랭스의 건물 절반 이상이 파괴돼 전체 도시의 4분의 3이 재건이 필요한 상태다. 특히 교통과 통신은 물론 수도관이 초토화되면서 아이티에 도착한 구호품들이 난민들에게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인근 도미니카공화국이 아이티 구호품 전달을 위해 공항을 개방하면서 매일 60만명분 이상의 식량이 도착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구호품 약탈과 도난도 속출하고 있다. 물 가격은 두 배로 급등했고 상점 곳곳마다 강도가 들끓고 있다. 경찰이 약탈자들에게 발포,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규모 4.5의 여진이 발생하는 등 여진 공포속에 아이티를 떠나는 난민들의 '엑소더스'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부서진 건물 틈새로 잘려나간 다리가 튀어나와 있고 시체 썩는 악취가 진동해 아이티 주민들은 코 주변에 치약을 바르며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김미희 기자/워싱턴=김홍열 특파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