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어닝시즌, 이익보다 매출 증가를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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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동기 비교땐 '기저효과'…확대해석 경계를
18일부터 LGD·하이닉스 등 대형 IT주 실적 관심
12월 결산 상장사들이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어닝시즌이 이번 주에 본격화한다. 오는 20일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하이닉스 GS건설 등 대형사를 포함,실적발표일을 공시한 곳만 10개사에 달한다.
특히 이번 주는 증시가 실적이 좋을 것으로 전망되는 국내 정보기술(IT)주와 우려가 상존하는 미 금융주의 실적 발표에 일희일비하며 코스피지수 1700선 안착을 둘러싼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돼 실적 발표 기업들의 활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전 분기인 작년 3분기와 함께 비교 대상이 되는 전년 동기(2008년 4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최악이던 시기였던 만큼 분모가 작아서 증가율이 높아지게 되는 '기저효과'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4분기 실적은 전 분기 대비가 중요
이번에 발표되는 작년 4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보다는 전 분기와 비교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음식료 유틸리티 등 계절효과가 뚜렷한 업종은 전년 동기와 비교하는 게 불가피하지만 대부분 업종은 2008년 4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특수한 상황이므로 전년 동기와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12월 결산사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의 4배를 넘는 것으로 추정돼 증가세가 과다한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증권정보업계에 따르면 2개 이상 증권사의 추정치가 있는 203개사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5조4665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1885억원)보다 385%나 증가했다. 이에 대해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전년 동기가 아닌 전 분기 대비 이익 개선 추세는 주춤하고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영업이익도 관심이지만 매출 추이에 더욱 주목하라는 지적도 많다. 작년 3분기까지는 비용을 줄여 수익성이 나아졌을 수 있지만 4분기부터는 매출이 늘지 않으면 이익이 정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선 4분기 매출(219조원)은 전 분기 대비 4% 정도 증가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가 매출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도 "영업이익이 늘었더라도 매출 증가가 동반되지 않으면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에 실제 매출이 어느 정도 늘었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1700선 공방 펼쳐질 듯
IT주가 올 국내 증시의 주도권을 확실히 잡은 상황이어서 이번 주 나올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 등 대형 IT주의 실적 개선은 최대 관심 포인트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시장에선 LG디스플레이의 4분기 영업이익(본사 기준 3976억원)이 전 분기보다 58%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실제 발표치가 전망치를 웃돌면 시장 상승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소비 부양의 수혜를 받고 있는 IT주의 실적 개선이 중국 최대 소비시즌인 춘절(2월14일)까지 이어져 1분기 실적도 좋을 것이란 기대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파트장은 "올 들어 원 · 달러 환율 하락이 심화되는 상황이어서 IT주를 포함한 수출주들이 환율 하락에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도 눈여겨 볼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금융주 실적과 함께 우리 은행들의 부실 여신에 대한 충당금 부분도 잘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최재식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국내 은행들의 금호그룹 관련 충당금 문제를 감안해야 할 것"이라며 "연말에는 기업들이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 반영이나 각종 부실을 회계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주는 미 금융주 실적이 외국인 매매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주말 JP모건체이스가 시장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발표함에 따라 미국 증시가 조정을 받은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재식 팀장은 "미 금융주의 실적 부진으로 주 초반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종우 센터장은 "4분기 어닝시즌은 출발만 놓고 보면 실적이 기대에 조금씩 못 미치고 있다"며 "호재성 재료가 가시화되지 않으면 주가는 1700선을 중심으로 등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