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혁명] 애틋한 눈빛까지 전달…'모션 캡처'가 '이모션 캡쳐'로 진화

영화 '아바타' 속 기술
영화 '아바타'에서 인간과 대결하는 나비족은 그야말로 생소한 모습이다. 키가 3m에 꼬리가 달렸다. 피부는 푸른색이고 손가락도 네 개뿐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인간보다 나비족에게 더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탐욕적인 인간과 자연을 사랑하는 나비족 간의 대결 구도가 친근함을 만들어내는 주된 이유다. 게다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만들어낸 나비족의 선한 인상(글썽이는 듯한 큰눈)도 이런 감성을 더욱 자극한다. 주인공 여전사 네이티리를 비롯한 나비족의 캐릭터들이 사람보다 훨씬 더 애틋한 눈빛을 가졌기 때문이다.


아바타는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의 결정판이라 불릴 만큼 화려한 기술을 자랑한다. 어디까지가 진짜 연기이고 어디부터가 CG인지 구분하기도 힘들 정도의 경이로운 시각적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준다. 흔히 영화 게임 등에서 CG 영상을 만들 때 사용하는 기술은 '모션 캡처(퍼포먼스 캡처)'다. 배우들의 얼굴과 몸에 센서를 부착해 연기를 하게 하고 이를 카메라로 찍어 CG화하는 방식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 등이 모두 이 같은 모션 캡처 기술을 이용해 만든 작품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배우들의 표정,특히 눈빛을 실감나게 반영하기 힘들다는 게 단점이었다.

아바타의 배우들도 1년간 로스앤젤레스에 마련된 '볼륨'이라는 세트장에서 판도라의 나무 · 물 · 산과 진흙탕 등을 상상하며 달리고 뛰고 싸우는 연기를 펼쳤다. 아바타가 기존 영화와 다른 점은 배우들의 머리에 카메라를 추가한 점이다. 초소형 카메라가 달린 장비를 배우들의 머리에 씌워 얼굴을 360도 촬영했다. 얼굴 근육과 눈동자 움직임,심지어 땀구멍과 속눈썹 떨림까지 정밀하게 기록할 수 있던 배경이다. 세트장에는 250여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세분화된 각도에서 배우들의 모습을 담았다. 미세한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기 위한 노력이다. 전체 영상의 절반 이상을 CG로 제작했음에도 아바타가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 영화의 느낌을 주는 이유다.

캐머런은 이런 기법을 '감정(emotion)까지 묘사한다'는 의미에서 '이모션 캡처'라고 부른다. 네이티리가 판도라가 파괴될 때 격분하는 모습이나 주인공인 제이크와 애틋한 눈빛을 교환하는 장면에서 어떤 실사 이상으로 감동을 받는 것도 모두 이모션 캡처 덕분이다. 가상 카메라 기술도 아바타가 이룬 영상 혁신 중 하나다. 캐머런은 CG 작업시 배우들이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연기를 해도 최첨단 컴퓨터 시스템으로 실시간 배경을 입혀 보여주는 기술을 도입했다. 최종 영상은 아니지만 감독이 실사 영화를 연출할 때와 똑같은 감각으로 배우들의 CG 연기를 판단할 수 있게 함으로써 연기의 사실감을 높일 수 있었다.

캐머런은 입체감을 표현할 때도 이 기술을 활용했다. 기존 놀이공원의 3D 입체영화는 물체가 관객 눈 앞에 느닷없이 떨어지는 것 같은 신기함을 주지만 오래 보면 어지럼증을 느끼기 쉽다. 반면 아바타는 눈에 피로를 덜 주는 안정되고 사실적인 입체감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런 카메라워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실시간 영상을 보여주는 가상 카메라 덕분이라는 평가다.

캐머런은 세부 장면을 묘사할 때도 사실성을 강조한 원칙을 그대로 유지했다. 주인공 제이크가 비행생물 이크란을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존 입체 영화들은 입체감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한 가지 시점으로 공간을 훑는 방식을 사용해 왔다. 반면 캐머런은 비행 장면을 여러 컷으로 나눠 보여주는 방식으로 도리어 입체감을 최소화시켰다. 캐머런은 나비족과 인간이 사는 공간을 입체로 표현할 때도 교묘한 차이를 이용했다. 나비족이 사는 숲은 와이드 렌즈로 편안하고 서정적인 공간으로 묘사한 데 비해 인간이 사는 공간,특히 실내는 입체감을 더욱 세게 만들어 강한 긴장감을 유발하도록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