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웃음의 대학

하루에 15초만 웃으면 수명이 이틀 늘어난다. 통증 환자가 10분간 배를 쥐고 웃으면 최소 2시간은 고통없이 잠들 수 있다. 웃으면 혈액 내 코티졸(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는 줄어들고 엔도르핀 생성은 늘어나 면역력이 증강된다. 웃음은 혈액순환 및 소화효소 분비도 촉진시킨다.

웃는 게 이처럼 좋은 줄 알아도 웃기는 쉽지 않다. 살기 고단한 사람은 더하다. 웃을 일이 적은 탓이다. 연극 '웃음의 대학'(31일까지 서울 동숭동 아트원씨어터)은 상황이 심각한데 어떻게 웃느냐고 생각하는 사람과 그럴수록 웃어야 한다는 사람 사이의 실랑이를 다룬다. 배경은 2차 대전 중인 1940년대 일본.내용은 간단하다. 극단 '웃음의 대학' 연출가이자 전속 작가 츠바키는 어떻게든 사람들을 웃기는 연극을 공연하려 애쓰고 검열관 사키사카는 전시 상황에 무슨 희극이냐며 막으려 든다. 공연허가를 내주지 않으려는 사키사카의 요구는 터무니없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란 제목을 놓고 "윌리엄(셰익스피어)에게 허락을 받았느냐"고 다그치거나 "사랑이야기는 안된다. 복수극이라면 몰라도"라고 시비를 거는 식이다. 츠바키가 하룻밤 새 '햄릿과 줄리엣'으로 고쳐오자 '천황폐하 만세'라는 말을 세 번 넣으라고 주문하고 그런 다음엔 나카무라라는 인물을 등장시켜라,키스신은 안된다고 트집을 잡는다.

말도 안되는 지적에도 불구,츠바키는 매일 고쳐온다. 검열관의 요구에 순응하는 그에게 단원들은 권력에 아부하는 관료의 앞잡이라고 몰아세운다. 자신과 단원들에게 이중으로 시달리면서 어떻게 계속 대본을 바꿔 쓰느냐는 검열관에게 츠바키는 자기 나름의 전투방식이라고 말한다. 검열을 무시하고 무대에 올렸다 막이 내려지고 극단이 해체되는 것보다 무대에 올려 사람들을 웃기는 게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결국 사키사카와 츠바키가 함께 대본을 완성하는 순간 츠바키는 징집당하고 사키사카는 "반드시 살아 돌아와 작품을 공연하자"고 한다.

연극은 단순한 코미디로 끝나지 않고 삶의 지혜를 전한다. 힘들수록 웃으면서 버틸 것과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메시지가 그것이다.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 웃는 게 아니라 웃는 사람이 자신감을 얻게 된다고 한다. 여건이 엉망일수록 소리내 웃어 볼 일이다. 억지로라도 웃으면 웃게 된다지 않는가.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