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조차 마른 그들" 원희룡 의원이 본 아이티

"살아있는 내 자신이 감사하다"
썩은 시체 냄새가 도시 전체 덮어
먹을것·입을것… 모든 것이 '제로'
18일 새벽 4시30분(현지시간 17일 오후 3시30분),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 재난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에 도착하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었다. 너무나 어려웠다. 서울에서 아이티까지 거의 60시간 정도 걸렸다. 평상시보다 몇 배나 더 걸린 셈이다.

천신만고 끝에 현지에 도착,시티솔레일 '이파워(E-power) 발전소' 부지에 베이스 캠프를 설치했다. 조금이라도 재난현장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고 한국 구조대와 함께 지진 피해가 보다 심각한 수도 중심지로 이동했다. 시야에 가득 들어오는 무너진 아이티 중앙은행의 모습,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생존자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야간 수색작업에 동참하기도 전에 이미 마음은 천갈래만갈래 무너졌다. 거리 곳곳엔 시신이 나뒹굴었다. 시체 썩는 냄새가 도시 전체에 가득하다. 주민들도 모두 겁에 질린 표정이다. 어디서,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사람이 살 수 없는 폐허로 변해버린 도시 앞에서 이곳에 도움을 주러 온 누구든 슬픔을 참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밤이 깊어지면서 수색작업은 점점 어려워졌다. 진척이 없었다. 구조대원들과 함께 다시 숙소로 돌아와야 했다.

숙소로 돌아와 현지에 있는 한국인 관계자와 면담을 했다.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다시 하나하나 체크해보았지만 모자라는 것 투성이었다. 아이티에서 6년째 섬유업에 종사해온 한 참석자는 "생계의 터전을 잃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상상할 수조차 없다"고 했다. 그는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듯 "대미 수출의 절대적 역할을 하는 섬유산업단지인 소나피 공단이 조속히 복구되도록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바짝 타버리고 말라버린 피부 때문인지 눈물조차 눈동자 속에서 흘러내리지 못하는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먹을거리 입을거리,모든 것이 '제로'에 서있는 곳,아이티….

누구나 이곳에 발을 디딜 수 있다면 사람이 단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내일 아침 일찍부터 다시 구조작업에 나서야 한다. 지옥으로 변한 아이티에도 시원한 바람은 분다. 이곳은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정쟁이나 갈등이 있을 수 없다. 한국인들이 많은 지원을 아끼지 말길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