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이동시대 개막] 금리 우대·무이자 대출…증권사들 고객 끌기 안간힘

펀드 판매수수료 안받는 증권사도 등장
ELW '풋' 무료제공해 펀드 손실시 상쇄

오는 25일 펀드 판매사 이동제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들이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자신의 펀드 판매사가 미덥지 않거나 질 높은 서비스를 받지 못했거나 여러 계좌에 펀드를 분산한 투자자라면 이번 기회를 이용해 판매사를 옮겨볼 것을 권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펀드 판매사 이동제 시행에 앞서 증권사들이 매력적인 혜택을 내밀고 있어 주목된다. 과당 경쟁을 억제하려는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직접적으로 상품 등을 제공하면서 고객을 유인하는 곳은 없지만,금리 우대나 무이자 대출 등의 실질적인 혜택을 약속하고 있다. 잘 활용하면 펀드 이동시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기본으로 펀드 재테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이동통신사의 휴대폰 번호 이동제처럼 펀드를 가입한 증권사와 은행 등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도록 함에 따라 가장 먼저 나타난 현상은 증권사들의 자산관리 서비스 브랜드 출범이다.

자산관리 서비스로는 대우증권의 '스토리'를 비롯해 △대신증권 '빌리브' △현대증권 'QnA' △삼성증권 'PoP' 등이 이미 나와 있다. 한국투자증권 등도 자산관리 서비스의 내용을 새로 정립하고 브랜드 결정만 남겨 두고 있다. 이 중 펀드 판매사 이동제와 관련해 가장 눈에 띄는 서비스는 대신증권의 빌리브다.

이 증권사는 빌리브 서비스를 통해 대신증권에서 주식형 펀드에 2000만원 이상 가입한 투자자들에게 자사 CMA(종합자산관리계좌)에 맡긴 돈의 일부에 대해 금리를 최고 연 5~9% 중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선택한 금리에 따라 적용하는 한도가 달라지는 방식이다.

예컨대 '미래디스커버리2A' 펀드에 2000만원을 투자하고 CMA에도 자금을 넣은 고객이 연 9%의 CMA 금리를 선택한 경우라면 이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한도는 260만원까지다. 반면 연 5%의 금리를 선택하면 800만원으로 한도가 올라간다. 같은 방식으로 2000만원의 주식형 펀드를 대신증권을 통해 가입한 투자자들은 펀드담보대출 금리도 최저 1%(260만원 한도)에서 5%(450만원)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증권은 해외 펀드 환매기간이 길다는 점을 감안해 사실상 무이자 대출 서비스를 해준다.

펀드를 옮겨온 투자자가 펀드 상담 결과 중복 투자가 많다는 결론이 나와 해외 펀드 중 하나를 환매했을 경우 실제 입금되기까지 5~10일의 시차가 생긴다. 이때 고객의 자금이 묶이지 않도록 삼성증권은 미리 환매한 금액을 입금해준다. 사실상 무이자 대출인 셈이다.

이와 함께 가족이 모두 삼성증권과 거래하고 있다면 자산을 모두 합산할 수 있는 제도도 신설했다.

이를테면 아버지의 펀드 증권계좌 자산이 3000만원이고 자신의 자산이 6000만원,아들의 자산이 1000만원일 경우 모두 합산해 1억원 이상의 VIP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펀드에 가입하면 납입금의 일정 금액을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ELW(주식워런트증권) '풋'을 사주는 증권사도 등장했다.

IBK투자증권은 분기에 60만원 이상을 적립식으로 투자하거나 100만원 이상 거치식 · 임의식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면 입금시마다 금액의 0.3%에 해당하는 ELW 풋(기초자산 코스피200지수)을 사서 고객 계좌에 입금해준다. 회사 측에서 판매수수료 등으로 이 자금을 충당하기 때문에 투자자의 추가 부담은 없다.

ELW 풋은 증시가 일정 기간이 지난 시점에 행사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떨어지면 그 차액만큼 이익이 나는 파생상품이다. 따라서 펀드 투자에 대한 헤지가 된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의 계좌로 들어간 ELW 풋은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팔아도 되고 만기까지 보유해도 된다"며 "제도를 시행한 지 한 달 남짓 지났는데 가입자의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펀드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는 파격적인 증권사도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달부터 'PCA차이나드래곤A셰어(환헤지형)'를 포함한 49개 펀드에 대해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해당 펀드는 코스피200지수 등락률의 1.6배만큼 수익률이 영향을 받는 '대신레버리지1.6인덱스' '하나UBS안정성장1월호' 'PCA차이나드래곤A셰어(환헤지형)' '신한BNPP봉쥬르차이나오퍼튜니티증권' 등이다. 이들 펀드는 가입 금액의 1% 안팎에 달하는 판매수수료가 아예 없다. 이 밖에 대우증권은 펀드 가입자가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연락해주는 '펀드 알리미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우리투자증권은 지점에서 펀드 상담만 받아도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살 수 있는 '기프티콘'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열고 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