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고용시장 양극화를 깨라
입력
수정
中企 구인난속 고급서비스 구직난몇 해 전 독일을 다녀왔던 우리나라의 한 관료가 전해준 이야기다. 독일의 교육담당 공무원을 만났는데 그 공무원이 독일의 대학 진학률이 35% 정도로 너무 높다고 걱정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80%가 넘는다고 하니까 깜짝 놀라면서 그 많은 대졸자들을 위한 일자리를 어떻게 만드느냐고 우려를 하더란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84% 정도로 OECD 국가 중에서 1등이다. 고졸자 거의 대부분이 대학에 가는 것이다.
의료·교육등 규제 풀어야 돌파구
물론 소위 일류대학을 가기는 여전히 어렵지만 대학졸업장 자체는 받기가 쉽다. 대학도 많고 대학생도 많다. 문제는 독일 관료가 지적했듯이 이들을 위한 일자리다. 대졸자들이 선호하는 직장은 주로 화이트칼라 중심의 '폼나는' 직장이다. 공무원,공기업,대기업,금융회사 등이 우선시되고 중소기업은 일단 제외된다. 선호업종의 경쟁률은 몇 백 대 일이 기본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허덕인다. 고용의 이중구조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제구조는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렵게 돼 있다. 최근 한 데이터를 보면 소위 10대 그룹의 고용인원은 2005년 43만9776명에서 2008년 44만1739명으로 거의 제자리다. 양질의 일자리가 속시원하게 늘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고용과 관련해 지적되는 몇 가지 현상도 이를 잘 보여준다. 가장 뚜렷한 것은 고용의 '탈(脫)제조업화'와 '탈수출산업화' 현상이다. 생산이 10억원 늘었을 때 고용이 몇 명 늘어나는가를 보여주는 취업유발계수가 제조업의 경우 2000년 13.2명에서 2007년 9.6명으로 27% 줄었고 수출업의 경우 같은 기간 15.3명에서 9.4명으로 39%나 줄었다. 고용을 줄이는 투자가 지속되고 있고 값싼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다보니 수출의 유발효과가 감소한 부분 등이 원인이다. 게다가 일자리에는 소위 '이력(hysteresis)현상'도 존재한다. 위기 때 한번 줄어들고 나면 시간이 한참 지나야 겨우 회복되는 것이다.
2007년 기준 서비스업의 취업유발계수는 18.1명이다. 고용창출 효과가 아주 좋다. 그러나 일부 서비스업은 이미 포화상태다. 인구 1만명당 음식점 수는 뉴욕이 24개인데 우리나라는 127개이다. 1만명당 택시숫자는 뉴욕이 15대인데 서울은 70대다. 운수업이나 음 · 식료숙박업 등 비교적 단순한 서비스업의 경우 고용창출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제 남은 것은 고급서비스 업종이다. 금융 회계 법률 교육 의료 등이 바로 대표주자들이다. 이들 업종은 대표적인 진입제한 업종이며 규제가 심한 업종이다. 하지만 이들 분야는 소위 '폼나는' 일자리들이다. 우리의 고학력 젊은 인력들이 가고 싶어하는 일자리가 여기에 상당 부분 존재한다. 우선 이들 분야를 획기적으로 개혁해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첫째도 고용,둘째도 고용,셋째도 고용이다. 세종시 문제도 고용창출을 위한 국책사업의 일환으로 보고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서울이나 과천에서 일하던 공무원이 세종시로 근무처만 옮기면 일자리 창출은 없다. 또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중앙에서 뽑는다. 해당 지역출신 인재들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러나 기업과 기관 등이 새로 설립되거나 신규투자를 하면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지역출신 인재들에게도 기회가 상당 부분 주어진다.
정치권은 말로만 서민운운 하지 말고 일자리를 한 개라도 더 만들겠다는 각오로 정책결정에 임해야 한다.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희망이 싹트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국가고용전략회의를 포함,민 · 관 · 정(民 · 官 · 政)이 힘을 합쳐 전 국가적 역량을 집중할 때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