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신약후보물질 로슈에 이전…상용화땐 2억9000만弗

디지탈바이오텍, 공동연구 계약
국내 바이오 기업과 글로벌 제약사가 손잡고 치매의 진행을 늦추는 증상 완화제가 아닌 치매의 근본 원인을 치유하는 신약 개발에 나선다.

의약품 개발 · 제조 전문기업 디지탈바이오텍(대표 묵현상)은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와 자사가 개발한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DBT-066)이 임상시험을 거쳐 최종 완제품 출시에 성공하면 최대 2억9000만달러를 받는 것을 골자로 한 기술이전 계약을 19일 맺었다. 로슈는 면역 억제제 셀셉트,비만 치료제 제니칼,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 등으로 유명한 글로벌 제약기업이다. 디지탈바이오텍과 로슈는 이날 오전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협약식을 가졌다. 디지탈바이오텍은 기술이전은 물론 로슈와 치료제 상용화를 위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치매 치료제 신약 개발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묵현상 대표는 "계약금으로 기술이전 예상 총액의 10% 정도를 우선 받았고 치매 치료제가 상용화되면 국내 판권은 회사가,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판권은 로슈가 갖기로 했다"며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매출의 5~10%를 러닝 로열티로 지급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회사 연구진이 공동 참여할 신약 개발에 드는 비용은 로슈 측이 전액 부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로슈로부터 받기로 한 돈은 국내 제약기술의 해외이전 사례 중 세 번째로 큰 금액이다. 특히 신약 후보물질을 해외 제약사에 파는 데 그쳤던 과거와는 달리 세계 최고 수준의 제약사와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는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신약개발 기술이 세계적 수준에 올랐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로슈에 기술이전 되는 신약 후보물질은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원인물질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Amyloid Beta)라는 독성 단백질을 혈액을 통해 뇌 속으로 운반하는 'RAGE 수용체'를 차단한다.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 속에 쌓이지 못하도록 해 치매의 발병 원인을 원천적으로 막는 새로운 치료방법이다. 노인성 치매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학습능력 및 기억력 저하가 대표 증상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치료제는 치매 진행을 늦추는 완화제로 발병 원인을 치료하는 약물은 지금까지 없었다. 전 세계 학계에서 베타 아밀로이드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이라는 가설이 널리 받아들여지면서 제약업계는 이에 초점을 맞춘 치매 치료제 개발을 추진 중이다. 신약 후보물질 원천기술은 묵인희 서울대 의대 교수연구팀이 교육과학기술부의 21세기 프런티어연구개발사업 과제로 선정돼 2007년 10월까지 약 3년간의 연구기간을 거쳐 개발했다. 묵 교수팀은 2008년 치매 유발 단백질이 뇌에 쌓이는 것을 억제하는 물질의 추출법을 특허출원하고 관련 기술을 같은 해 디지탈바이오텍으로 이전했다. 2009년 교과부로부터 '퇴행성 뇌질환 신약 후보물질 개발사업'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연구기관으로 선정된 디지탈바이오텍은 이지우 서울대 약대 교수 연구팀과 약 40억원의 비용을 들여 공동 연구를 거쳐 치매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DBT-066)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박항식 교과부 기초연구정책관은 "산 · 학 · 연 협력 모델의 모범사례"라고 평가했다.

한편 디지탈바이오텍과 로슈가 치매 치료제 최종 개발에 성공하면 세계 치매 치료제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9년 5월 다국적 시장조사 기관인 디시전 리소시스(Decision Resources)는 미국 등 주요 7개국의 치매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07년 기준 30억달러에서 2017년에는 90억달러 수준까지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또 치매 증상 완화제는 2008년 기준 전체 치매 치료제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향후 치매 원인 치료제가 개발되고 제네릭(복제약) 제품이 등장하면 2017년에는 치매 증상 완화제의 비중이 13%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치매 치료제 시장의 나머지 30%는 아스피린이나 기넥신 등 혈액순환 개선 약품이 차지하고 있다.

묵 대표는 "연내 임상 1상에 착수,2016년까지 치료제 개발 완료가 목표"라며 "치료제가 상용화될 경우 향후 전 세계에서 약 25억달러어치가 팔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임기훈/이관우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