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녹색혁명의 길 '연안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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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이동 비해 환경오염 대폭줄어지난해 12월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구온난화 문제와 녹색성장산업에 역대 어느 지도자들보다 높은 관심을 갖고 한국이 그 중심에 설 것을 표방했다. 앞으로는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친환경 녹색성장산업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는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발전해 나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 됐다.
美등 적극추진…한국 정책마련 시급
국가적 차원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녹색성장산업의 하나로 육상수송을 연안운송체제로 전환하는 정책은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이미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된 이 연안운송체제 정책은 최근 미국에서도 강력하게 시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문제,교통체증,도로 유지보수 비용 증가 등 육상운송으로 인한 엄청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것이다. 유럽에서는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을 중심으로 '해상고속도로(Motorway on the sea)'정책을 표방해 현재 40% 가량 연안운송방식으로 전환했다. 이와 관련된 '마르코폴로 프로그램'에 막대한 재정지원을 해 운송업자들로 하여금 육상운송체제에서 연안운송체제로의 전환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최근 미국 환경국(EPA)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화물 2만2500t을 1마일 움직이는데 배로는 44갤런의 디젤유가 소비되는 반면 기차로는 111갤런(2.5배),트럭으로는 381갤런(8.6배)이 소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대부분 물류이동을 육상운송에 의존(2007년 현재 약 98%)하고 있는 미국의 정부와 의회는 물류이동에 대한 획기적인 변화를 찾고 있다. 미국 정부는 환경오염문제 외에도 연료비를 절감하고,연간 2000억달러에 달하는 교통체증과 도로파손으로 인한 유지보수 비용을 줄이고,나아가 자연재해,테러방지 등의 위험부담에서도 벗어나기 위해 해상수송 촉진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대서양 연안 수송권,태평양 연안 수송권,걸프 연안 수송권,오대호 연안 수송권 등 4개 권역별로 친환경적 연안운송체제 전환을 위해 미국 의회에서는 이 정책에 재정적 인센티브를 주는 법안 마련에 착수했다고 한다. 한국도 서해권,남해권,동해권으로 나누어 적절한 연안운송체제를 위한 구상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이 정책이 녹색성장산업에 기여함은 물론 교통체증과 도로파손 등에 따른 비용 및 에너지 절감효과가 연간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조선 강국인 우리가 청정에너지인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엔진 및 저황화가스 배출 디젤엔진을 개발해 이 분야에서 녹색성장산업을 이끌어야 한다. 이렇게 앞서가는 조선 산업분야에서 모바일하버(이동식 항구)를 먼저 실용화해 코리아 브랜드화한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다 이미 구미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연안운송체제를 한 발 앞서 구축한다면 우리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핵심 패러다임을 이루고 있는 녹색성장산업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 분명하다.
부산항은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에서 2002년 세계 3위까지 올랐다가 2003년 중국 상하이와 선전에 밀려 5위로 떨어졌다. 지금은 이들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어 동북아 물류중심이라는 한때의 목표가 부끄러울 지경이 돼 버렸다. 우리 항구의 물동량 처리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세계 해상물류이동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모바일하버를 하루속히 국가 브랜드화하고 이를 연안운송체제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물류이동분야에서의 녹색성장산업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자고로 강과 바다를 연계해서 물을 잘 다스리는 나라가 흥하고 잘 살았다.
안충승 <KAIST 특훈교수·해양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