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軍, 1만2000명 파병…아이티 대통령궁 '접수'

'점령' 논란속 병력 속속 투입
구호품 수송 총력 '제2활주로' 건설
수도 북서쪽 56km서 또 6.1 강진


"미군이 아이티 재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아이티 이재민) 아이티 대지진 8일째인 19일 미군 100여명을 나눠 태운 블랙호크 헬리콥터가 차례로 굉음을 내며 지진으로 반쯤 찌그러진 대통령궁 안마당에 도착했다. 수백명의 아이티인들은 철창 벽에 매달려 손을 흔들고 사진을 찍는 등 들뜬 분위기로 미군을 맞이했다. 미군을 향해 먹거리와 의약품을 요구하는 난민도 상당수였다. 반면 일부 아이티인들은 "미군의 2차 점령이 시작됐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미군 2활주로 만든다

'아이티 점령' 논란 속에 미국이 1만2000여명의 파병 계획을 본격화했다. 포르토프랭스 서쪽 해안에는 이날 수백척의 미 군함이 도착했다. 구호 작업 지연에 따른 식량과 물 부족으로 약탈과 소요,폭동 등 무질서가 확산되자 미국은 치안유지와 신속한 구호를 위해 파병 군인 숫자를 1만여명 이상으로 크게 늘렸다. 미군은 국제사회로부터 들어온 구호품의 원활한 접수와 배분을 위해 조만간 아이티에 제2활주로를 만든다는 계획도 세웠다.

미군이 아이티의 빠른 재건에 보탬이 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한편에선 인도주의를 가장한 미국의 속내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아이티,아리스티드,그리고 속박의 정치'의 저자인 피터 홀워드는 "미국은 과거부터 진행된 대 아이티 전략을 단계별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미군 파병을 놓고 격화됐던 미국과 프랑스의 감정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마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프랑스는 미국의 선도적인 구호 역할을 치하한다"는 성명서를 내놓으면서 누그러졌다. 유엔안보리는 이날 평화유지군(PKO) 2000명과 경찰 1500명 등 총 3500여명을 추가 파병하자는 반기문 사무총장의 제안을 결의했다.

◆이민 · 지진고아 엑소더스 행렬

아비규환이 된 아이티를 떠나는 행렬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아이티 공항에선 수백명의 아이티인들이 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이티인에 대한 이민 조건을 완화한 캐나다 이민국 앞에선 새벽 4시부터 아이티에 두고 온 가족들을 초청이민으로 구제하려는 아이티계 이민자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보트피플 우려도 커지고 있다. 레이몬드 조셉 아이티 주미 대사는 "미국은 난민을 절대 받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행 보트에 올라 불법 이민을 감행하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진 고아'를 입양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6m 깊이 대형 구덩이에 집단 매장된 희생자들은 현재까지 7만5000여구에 이른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지질조사국은 20일 오전 6시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북서쪽으로 56㎞ 떨어진 곳에서 규모 6.1의 지진이 다시 발생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지진으로 건물이 흔들리면서 주민들이 거리로 피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