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성장산업에 세제혜택 주고 대학 구조조정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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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硏원장들의 '일자리 창출 해법' 긴급제언국내 대표 연구원장들은 한국의 고용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풀 수 없는 문제는 아니라고 20일 강조했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원장,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이날 본지와의 긴급 인터뷰에서 다각적인 측면에서 고용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았다.
◆신산업에 대한 과감한 세제지원연구원장들이 이구동성으로 제시한 근본 해법은 기술혁신과 이에 따른 신산업 육성.김영용 원장은 "고용 없는 성장은 산업의 축이 노동력 투입 기반에서 자본 투입 기반으로 이동하는 데 따른 전 세계적 현상"이라며 "돌파구는 새로운 기술혁신이며 2000년대 초반 IT(정보기술)붐과 같은 신성장산업이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영 소장은 좀 더 구체적으로 신성장산업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바이오제약이나 그린카(green car) 같은 친환경자동차산업 등이 발전하게 되면 새로운 일자리를 대거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소장은 특히 "신성장동력산업에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규제개혁을 실시한다면 산업의 파이가 커지고 이는 결국 노동수요 진작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업 개방과 경쟁 확대김주형 원장은 "일자리 자체를 늘리는 것 못지않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에서 창출되는데 아직까지 방송 통신 의료 교육 법률 회계 등의 산업이 고도화되지 않아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산업의 문호를 과감히 개방해 외국업체들과 경쟁해야만 생산성 향상이 이뤄지고 질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는 영리의료법인이나 영리학교법인 등도 수요가 있는 곳에서 빨리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현 원장은 도소매 음식 숙박 등 이른바 저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의 경우 구조개편을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네 구멍가게가 얼마나 일자리를 만들고 또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장사가 안 될 경우 이 같은 영세 자영업자가 빈곤층으로 추락할 우려가 더 크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기업형 슈퍼마켓을 발전시키고 영세 자영업자를 이들 기업의 종업원으로 채용하게 되면 빈곤층 추락을 막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노동유연성과 대학 구조조정연구원장들은 고용 때문에 제조업을 외면해선 안 되며 더불어 외국에 투자하는 것을 손가락질해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김주현 원장은 "외국에다 공장을 짓더라도 R&D(연구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 관련 서비스업은 국내에서 발전하고 고급인력에 대한 수요가 국내에서 생긴다"고 말했다. 연구원장들은 또 국내든 해외든 제조업이 발전해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늘어 서비스업이 동반 성장하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기영 소장은 "제조업에선 투자하지 않으면 고용이 늘기 어려운 만큼 정부는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연구원장들은 노동시장이 유연해지고 대학교육에 대한 구조조정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현오석 원장은 "고성장을 하더라도 노동조합이 강하면 신규 고용을 창출하기 어렵다"며 "선진국에서 고용 없는 성장 얘기가 나온 게 2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이 문제를 풀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노동시장에 대한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워야 하며 근로시간과 임금을 좀 더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영용 원장은 "대학진학률이 86%에 달하는 상황에서 눈높이를 맞추는 일자리를 마련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면서 "정부가 취업 후 등록금상환제를 도입했지만 이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해결책은 대학을 구조조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장들은 대학의 정원을 조정하고 산업계 수요를 맞출 수 있는 교과과정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박준동/이태명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