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수로 만난 어제의 '노동 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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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심상정, 경기지사 대결오는 6월2일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직을 놓고 '진검승부'를 벌일 김문수 현 지사와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의 '각별한 인연'이 화제다.
심 전 대표는 지난 19일 경기도지사 출마 선언을 하면서 김 지사를 향해 "경기도민의 도지사가 아니라 민생을 외면한 정치 도지사" "경기도의 MB"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 지사는 이틀 뒤 한 라디오에 출연해 "심 전 대표가 잘 알테지만 선거용 발언"이라고 일축했다. 이들의 날선 '설전'이 정가에 회자되는 것은 사실 두 사람이 오랫동안 노동계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옛 동지'였기 때문이다. 김 지사와 심 전 대표는 서울대 7년 선후배 사이다. 김 지사가 경영학과 70학번, 심 전 대표는 역사교육과 77학번으로 1985년 6월 노동운동을 하면서 처음 만났다.
심 전 대표가 주도한 구로동맹파업의 상황실이 김 지사가 사무국장을 맡았던 전태일 기념사업회에 꾸려지면서 오랜 인연이 시작됐다. 심 전 대표와 남편 이승배씨를 연결해준 사람도 김 지사다. 두 사람은 1985년 8월 서울노동운동연합(서노련)을 함께 결성하기도 했다. 1986년 5 · 3 인천 노동자 시위가 발생했을 당시 보안사에 연행된 김 지사가 전기고문을 당하면서도 심 전 대표의 도피처를 말하지 않은 일화는 노동계에선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후 김 지사는 1992년 민중동 창당과 함께 노동위원장을 맡아 정치권에 입문했으나 심 전 대표는 노동계에 남았다. 두 사람이 결별하게 되는 직접적인 계기는 없었지만 김 지사가 1994년 신한국당으로 들어가면서 노선을 달리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