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의 슬픈 영가] 중·대만 '아이티 구애'

대만 총통 원조물자 들고 현장에
중국 "700만달러 지원하겠다"
대만 타이베이에 있는 외교부 건물 1층에 들어서면 23개국 국기가 깃대에 꽂혀 있다. 중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 따라 국제외교무대에서 고립무원이 된 대만과 아직도 수교 중인 나라들의 국기다. 그 중 아이티를 비롯해 온두라스 등 카리브해 연안 국가와 중남미 국가가 절반 이상인 12곳이다.

마잉주 대만 총통(대통령)은 오는 28일 도미니카에 도착,아이티 원조물자를 직접 전달하기로 했다. 최대 수교지역인 카리브해와 중남미에서 중국에 밀리고 있는 외교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다. 중국이 440만달러의 원조 계획을 내놓자 대만은 이보다 많은 500만달러 원조를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이 22일 260만달러 추가원조를 발표하는 등 중국과 대만이 원조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이티는 중국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1956년 대만과 수교한 인연을 놓지 않고 있다. 아이티 강진으로 사망한 유엔평화유지군 소속의 중국인 8명 등 중국 경찰이 아이티로 날아간 건 2004년 초다. 1990년대 초 마케도니아가 대만과 수교하자 중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마케도니아에 대한 유엔평화유지군 파병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는 대조된다.

그레나다와 코스타리카 등 카리브해와 중남미 국가들은 2000년대 들어 대만에 등을 돌리고 중국과 손을 잡았다. 하지만 마 총통이 2008년 5월 취임 이후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나서면서 국제 외교무대에서 중국의 대만 고립 외교는 주춤해지는 양상이다. 아이티 사태가 양안관계 개선을 시험하고 있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특히 마 총통은 아이티 원조 비행기를 타고 갈 때 중간기착지로 25일 샌프란시스코,28일 로스앤젤레스에 잠시 머물 예정이어서 중국의 반응이 주목된다. 아이티 강진 이후 벌어지고 있는 강대국의 헤게모니 다툼이라는 지정학적 지진 뒤편엔 양안외교의 지각변동이 자리하고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