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KT '대형 가치주' 의 반란…'10년 소외' 벗어날까

원전·스마트폰 호재 앞세워 급등
가스公·포스코도 주목
실적개선 비해 여전히 '저평가'

새해 증시에서 한국전력 KT 등 대형 가치주들의 '반란'이 주목받고 있다. 안정적인 실적만큼이나 주가 흐름도 차분한 주식으로 꼽혀온 종목들이 예년과 달리 동반 급등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한전과 KT 등은 엉덩이가 무거워 이른바 '재미없는 주식'의 대표주자로 꼽혀왔지만 올 들어 예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성장성을 갖춘 종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형 가치주들이 예상외의 속도로 질주하며 선순환 고리를 만든 덕분에 코스피지수 움직임에도 한층 안정성을 높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증시 일각에서는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주도주에 제동이 걸리고 소외주들이 움직이는 상황은 시장 '끝물'의 신호라는 부정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 ◆원전 등 앞세워 대형 가치주 동반 약진

대형 가치주 가운데 올 들어 상승률이 가장 눈에 띄는 종목은 한전과 KT다. 5~10년을 횡보해온 두 종목은 보기드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22일 증시 급락에도 불구하고 한전과 KT는 올해 각각 21.11%와 24.80% 뛰었다. 코스피지수가 3주간 상승폭을 하루 만에 거의 대부분 반납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력과 통신주는 이익의 변동성이 작다는 점 때문에 대표적 경기방어주로 꼽힌다. 이익이 안정적이란 말은 그만큼 성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여서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왔다. 하지만 한전은 원자력 발전 수혜가,KT는 스마트폰 보급에 따른 무선인터넷 성장세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전과 KT는 예전엔 주가 상승보다는 두둑한 배당을 노려 투자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사실상 '채권투자'로 취급받았지만 이제 안정성에 성장성이 가세한 '양수겸장' 종목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의 강세로 가스공사도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삼성증권은 오는 3월 원료비 연동제 복귀와 요금 인상이 단행되면 3년 동안 4조7000억원의 현금이 들어온다며 적정가격을 7만3000원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22일 종가(5만3400원)보다 36.70% 높은 수준이다. 우리투자증권은 가스공사가 개발 계약을 체결한 이라크 주바이 가스전 가치가 6000억원 이상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포스코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다. 향후 철강 경기가 낙관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역시 저평가 대형 가치주라는 분석이다. 문정업 대신증권 기업분석부장은 "중국의 긴축 우려로 단기 조정을 받을 수 있지만,철강 업황이 결국 회복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긍정적인 주가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가 단기 급등했지만 여전히 저평가

저평가 우량 가치주들의 약진은 대규모 원전 수주가 계기였다. 사상 최대 규모의 수주와 원전 산업의 급팽창 기대감이 워낙 크다 보니 무거운 주식들에는 낯선 동반 급등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단기 과열 우려도 나오지만 아직도 실적에 비해서는 많이 저평가돼 있는 상황이라 섣불리 예단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한전의 경우 2000년 이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4~0.7배 수준에 갇혀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도 0.6배 정도에 불과한 PBR가 1배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22일 한전의 목표주가를 4만3000원에서 PBR 1배 수준인 5만5000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시세보다 33%가량 높은 수준이다. 아직 상승 여력이 만만치 않게 남아 있다는 평가인 셈이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1기 수주로 한전의 가치는 445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오는 2040년까지 30기를 수주한다고 가정하면 주당 가치 증가분은 1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자산 재평가로 차익이 22조3000억원 발생한 점도 추가 상승 여력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정민규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원전 수주와 함께 지난해 3분기부터 실적 회복이 이어지고 있다며 "한전의 새로운 도약은 지금부터"라고 진단했다.

KT도 올해 영업이익이 2조343억원으로 126%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등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고 있어 기대를 키우고 있다. 증권사들이 예상하는 KT의 올 매출은 평균 18조7903억원으로 작년보다 14.64% 증가할 전망이다. 스마트폰 180만대 증가 목표를 통해 지난해 3분기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무선인터넷 관련 매출이 올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실적 개선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단행한 구조조정 효과도 지속될 전망이다. 진창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올해부터 연간 4600억원의 인건비가 감소하고,추가 구조조정 가능성도 높아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원화 강세로 인해 24억달러에 달하는 외화 차입금 관련 부담이 줄어드는 것도 주목된다"고 말했다. SK텔레콤도 스마트폰 확산의 수혜 기대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올해 스마트폰 200만대 공급 목표를 세워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며 지난 주말 종가보다 32% 높은 24만원을 목표주가로 제시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