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인터넷 검열 놓고 대립각…IT기업들은 '눈치보기'

인터넷 검열과 해킹을 이유로 세계 최대 인터넷검색업체인 구글이 중국 시장 철수 움직임을 보이면서 미국과 중국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양국 정부가 나서 인터넷 자유를 놓고 한치 양보 없는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태를 거대 중국 시장을 잡는 기회로 삼으려는 인터넷기업들 간 물밑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강하게 압박하는 미국 정부구글은 지난 12일 중국 내 인권운동가들의 지메일(구글의 메일 서비스) 계정 해킹 시도와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 조치에 반발해 현지 사업 철수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는 인터넷 검열을 중단하라며 중국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구글에 대한 사이버 공격과 관련,"중국 정부는 철저하고도 투명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향후 미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인터넷 자유를 실현할 것이며 이를 21세기 국가전략으로 삼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인터넷을 통제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 아니다. 그는 "개인이든 국가든 사이버 공격에 가담하면 반드시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고 국제적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며 중국을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거들고 나섰다. 빌 버튼 백악관 부대변인은 최근 "대통령은 구글이 중국 당국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는 사이버 보안 침해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 당국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법대로' 응수중국 정부는 법을 내세워 반박에 나섰다.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중국이 인터넷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은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중 · 미 관계를 손상시키는 언행"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중국 헌법은 국민의 언론 자유를 보호하고 있다"며 "중국의 법률은 어떤 형태의 인터넷 해킹 행위와 국민 개개인의 사생활 침해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인터넷 발전을 추진하는 것이 중국의 일관된 정책이며 중국이 인터넷을 합법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와도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정보 통제 비판

중국 정부의 정보 통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인터넷 정보 차단 프로그램 정책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클린턴 장관은 인터넷 통제국으로 중국과 함께 베트남 이집트 우즈베키스탄 튀니지를 거론했다. 그는 "사회의 자유로운 정보 흐름을 막는 행위는 정부와 시민사회,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작년 초 자국 내 모든 개인컴퓨터에 '그린 댐(green dam)'이라는 음란물 접속 차단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했다가 이를 유보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검열,반사회적인 메시지 발송을 통제하겠다는 결정도 내놨다. 중국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차이나모바일은 중국 공안(경찰)과 함께 키워드 조합을 통해 메시지를 검열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폰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발송,특정 여론이 형성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온라인게임에 대해서도 성적인 자극이나 폭력,올바른 지식이나 문화적 가치 등이 담겨져 있는지 여부를 심사해 등급을 매기는 등급제를 시행하는 등 각종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동상이몽

데이비드 드루먼드 구글 최고법률책임자는 지난 12일 "지난해 12월 중국 해커들이 중국 내 인권운동가들의 지메일을 해킹하고 구글의 지식재산권 일부를 침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해킹 공격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해커들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구글은 중국 사업 철수도 검토하겠다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글로벌 인터넷기업 야후도 구글의 결정을 지지하고 나왔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강경 대응하자 구글은 중국에서 사업을 계속하기 위한 협상을 중국 정부와 진행 중이라며 한발짝 물러섰다. 하지만 중국 시장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휴렛팩커드(HP)는 구글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MS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발머 사장은 최근 구글의 결정은 비즈니스 측면에서 불합리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발머 사장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데이터를 빼돌리는 행위는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MS에도 해당된다"고 밝히고 "MS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모든 나라에서 개별 당사국의 법률을 지키듯이 중국이 검열을 요구한다면 이에 응할 것"이라고 했다. 마크 허드 HP 사장도 "구글 분쟁 사태가 정보기술(IT) 산업의 진화에 위협이 된다는 지적에 반대한다"며 중국 정부 편에 섰다.

◆구글,중국 시장 철수는 힘들 듯

미 · 중 정부 간 공방전은 계속되고 있지만 IT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불과 5년 사이에 9배가량 급성장한 중국의 거대한 인터넷 광고 시장을 놓칠 수 없어서다. IT조사업체인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2009년 중국 인터넷광고 시장은 전년 대비 21.2% 증가한 206억1000만위안(약 3조5000억원)으로 커졌다. 5년 전인 2004년 23억4000만위안(약 4000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8.8배 늘어난 것이다. 아이리서치는 올해부터 중국 인터넷광고 시장은 연평균 50% 안팎으로 성장,가파른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했다. 2013년에는 시장 규모가 993억7000만위안(약 16조9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불과 10년 만에 43배 늘어나는 셈이다. 글로벌 IT업체들이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 등의 규제에 반발하면서도 가파르게 성장하는 중국 인터넷 광고시장을 버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놓여있는 셈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