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하이브리드'에 빠지다

'똑딱이'의 휴대성…DSLR급 성능…

국내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하이브리드'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7월 올림푸스가 하이브리드 디카 '펜(PEN)'을 내놓으며 시장을 개척한 데 이어 최근엔 파나소닉,삼성전자까지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이브리드 디카는 흔히 '똑딱이'로 불리는 콤팩트 카메라와 DSLR(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의 중간 성격을 지닌 제품이다. 기존 DSLR 카메라처럼 렌즈를 교환할 수 있고,수동 촬영 등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성능은 DSLR 카메라와 비슷하면서도 본체의 크기와 무게를 DSLR의 절반 이상으로 줄여 휴대하기 편리한 게 장점이다. 일반적으로 콤팩트 카메라 가격은 10만~50만원대이지만,DSLR 카메라는 대개 본체만 100만원을 웃돈다. 하이브리드 카메라는 보통 본체 가격이 80만~90만원대다.

◆삼성,NX10으로 하이브리드 시장 진출

삼성디지털이미징이 최근 선보인 하이브리드 디카 'NX10'은 두께와 무게가 각각 3.9㎝,353g으로 기존 제품에 비해 40% 이상 줄어든 게 장점이다. DSLR 카메라의 필수 부품이었던 '미러(거울)'와 '프리즘'을 떼내는 대신 전자식 이미지 센서로 교체해 부피를 줄였다. 1460만 화소로 초당 3장('버스트 모드'는 초당 30장)의 고속 촬영이 가능하며 고화질(HD) 동영상도 찍을 수 있다. 3인치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화면도 장착했다. 밝은 햇빛 아래에서 화면이 희미해지는 액정표시장치(LCD)의 고질적 문제를 AMOLED로 해결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자동으로 센서에 낀 먼지를 제거하는 기능도 갖췄다. 가격은 본체와 기본렌즈(18-55㎜) 세트가 89만9000원,본체와 단렌즈(30㎜) 세트는 99만9000원이다.

회사 측은 하이브리드 디카를 글로벌 전략 제품으로 육성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세계 하이브리드 디카 시장이 올해 100만대에서 2015년 900만대로 빠르게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진 삼성디지털이미징 사장은 "렌즈,이미지 센서,이미지 처리 프로세서 등 주요 핵심 부품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며 "올해 국내 하이브리드 디카 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림푸스'펜 시리즈'로 아성 지킨다올림푸스가 지난해 7월 국내 시장에 선보인 '펜'은 하이브리드 디카 시장을 본격적으로 이끈 제품으로 통한다. 두 번에 걸쳐 진행한 예약 판매에서 1500대의 물량이 불과 3~4시간 만에 팔려나가는 등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다. 펜은 아날로그 감성을 살려 무광택 금속 소재를 사용한 게 특징이다. 다른 제품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다. 본체 일부에 가죽을 입혀 카메라를 쥐는 느낌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1230만 화소 카메라로,손 떨림 보정과 HD 동영상 촬영 기능을 갖췄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후속제품 '펜2(E-P2)'까지 내놓으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펜2는 전작의 디자인 컨셉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144만 화소의 '전자식 뷰파인더(보기창)'를 추가해 DSLR 카메라의 느낌을 강화했다. 펜2의 전자식 뷰파인더는 깨끗한 화질과 해상도를 그대로 느낄 수 있고,피사체 중심부뿐만 아니라 주변부까지 선명한 화면을 제공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가격은 전자식 뷰파인더를 포함해 렌즈 종류에 상관없이 129만8000원이다.

◆파나소닉,후지필름도 특화 제품으로 공략파나소닉은 지난해 12월 1306만 화소의 하이브리드 디카 '루믹스 GF1'을 내놓으며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제품의 특징은 '소형화'다. 본체 무게가 285g으로 하이브리드 디카 중 가장 가볍다. 고급 렌즈로 호평받는 '라이카(Leica)' 렌즈를 사용한 점도 GF1의 가치를 높여주는 부분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 출시된 이후 주당 400~500대의 판매 실적을 내고 있다"며 "매달 1500~2000대 정도의 판매량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지필름은 '3차원(D) 디카'란 신개념 제품으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가 지난해 8월 내놓은 '파인픽스 3D W1'은 세계 최초 3D 카메라다. 3차원으로 촬영된 동영상과 사진은 후지필름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3D 시스템이 적용된 카메라와 LCD 모니터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카메라 좌우에 달린 2개의 렌즈 등으로 하나의 이미지를 동시에 포착해 3D 영상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일반 사진 촬영도 가능하며 가격은 70만원대로 저렴한 편이다.

회사 관계자는 "한 번의 터치로 2D나 3D를 선택할 수 있다"며 "매뉴얼 모드를 통해 상황에 맞는 셔터 스피드와 조리개 값 등을 조절할 수 있어 다양한 사진 연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