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웃음경영

휴대폰이 울린다. 필자가 늘 감사하게 생각하는 분이다. 반가운 마음에 "와우,안녕하세요,건강하시죠?"라고 인사를 드리니 "나도 대전에 살게 되었네.송 사장에게 신고합니다"며 농담과 함께 웃음을 터뜨리신다. 이 분은 멋진 웃음을 가진 스마일 경영자다.

이 분을 처음 뵌 것은 2005년 9월이다. 여성 벤처인 10여명이 모 공기업에서 본사 및 계열사 자재처 담당 임원들을 모시고 제품 설명회를 열었다. 카메라를 앞에 놓고 반복 연습까지 했는데,아뿔사 현장에서 발표 자료와 동영상이 열리지 않았다. 뒷골이 당기고 앞이 캄캄했다. 주어진 20분은 지나가고 있었다. "저 죄송합니다. 멋진 분들 앞에 서니 자료들이 저처럼 당황하고 있네요. 명함 자동인식기 하이네임(Hi-name)을 소개합니다. Hi- 인사를 하고 Name(이름)을 불러주면 좀 더 친해지듯이 명함을 통해 인연을 지인으로,인맥으로 만들어주는 제품입니다. 그리고 저는 20여년 동안 교직에 있었어요. 신뢰가 제 인생철학입니다. "얼굴은 홍당무가 되고 사람들의 비아냥거림이 묻어날 무렵 한 분이 일어나시면서 "자재처장 ○○○입니다. 제가 사용해 봤는데 참 편리하고 재밌게 명함관리를 할 수 있더군요"라고 말했다. 회의장을 나가시는 그분께 달려가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니 그저 환한 웃음만 주셨다. 그로 인해 인맥관리 솔루션을 처음 납품할 수 있었던 '당황 사건' 속의 구세주였던 그분이 모 기업의 대표로 취임하셨단다.

웃음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며,삶의 윤활유이고,행복을 부르는 마중물이라고 한다. 코미디 황제 짐 캐리는 인생의 절벽에 있을 때 처음엔 억지로 웃었고,웃다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고,웃음으로 새로운 인생을 찾았다고 고백했다. 웃는 사람의 피에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킬러세포가 많이 생성된다는 연구 발표도 있다.

반면에 필자는 웃음에 인색하다는 말을 들어왔다. 바뀐 삶을 인정하지 못하고,남과 비교하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이 나도 모르게 드러난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주어진 현실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욕심과 짜증이 다닥다닥 들어붙은 심술 할망구로 변해가는 필자의 이미지가 딸들과 직원들,고객들,지인들의 머릿속에 그려진다면….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 일이다. 잘 웃는 사람을 떠올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멋진 표정,품격 있는 어투와 절제된 행동,소탈한 성격….이런 사람을 보면 배우고 싶고 가까이 하고 싶어진다. 웃음 경영은 유연한 소통을 통해 기업의 힘을 키워 생산성을 40~300%까지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한다. 웃음으로 한 주일을 시작해 봐야겠다. 창문을 열고 심호흡을 해 본다. 씨익 웃는 이가 보인다.

송은숙 한국인식기술대표 ses@hia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