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초봉 300만원…졸업생 40%는 진로 못정해

매년 900명 배출…과잉공급
기존 한의원도 경영난 '허덕'
"동기생 40%는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어요. 한의원에 월급쟁이로 취직하는 것도 쉽지 않고요. 자리가 없거든요. "

S한의대 졸업예정자인 Y군은 졸업을 앞둔 예비 한의사들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지난 15일 Y군과 함께 한의사 국가고시를 치른 예비한의사 중 합격자 880여명이 한꺼번에 배출되지만 한약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는 등 한의계에 불어닥친 불황 탓에 일자리 찾기가 마뜩찮다는 얘기다. 한의사 구직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완전 포화상태에 빠졌다. 전형적인 공급 과잉 때문이다. 1990년대 들어 한의대가 늘어나면서 매년 900명에 가까운 한의사가 새로 배출됐다. 대형 한방의료기관이 매년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300여명 정도여서 600명가량은 중소 한의원에서 자리를 찾아야 한다.

상황은 2005년께부터 더 악화됐다. 한방 수요가 줄어들면서 한의원들이 인력 구조조정을 벌여 부원장 없이 단독 진료하는 곳이 크게 늘었다. 한의대 졸업생들의 일자리는 그만큼 감소했다.

초보 한의사는 일자리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진료 경험이 많은 한의사 인력이 넘쳐나고 있어서다. 한의사 구직을 알선하는 한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한방병원에서 인턴 · 레지던트를 거쳤거나,개업했다 실패해 쉬고 있는 한의사 등 우수인력이 많아 초보 한의사를 좀처럼 채용하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한방 비중 감소와 인력 과잉이 겹치면서 신규 한의사의 초봉도 크게 낮아졌다. 한의계에 따르면 2004년 월 500만원 선이 붕괴된 데 이어 지난해 300만원대로 떨어졌다. 20년 전인 1990년 월급 수준으로 추락한 셈이다.

낮은 월급에 실망한 예비 한의생들은 개업을 준비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분석이다. Y씨는 "한의원을 크게 차리면 개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도산하기 쉽고,작게 차리면 안정적이지만 건물 임차료 등을 내고 나면 월 800만원 수입을 올리기도 힘들다"고 전했다.

금융권의 대출 규모 축소도 개업을 힘들게 하는 원인이다. 5년 전만 해도 신규 한의사들은 3억원 이상을 신용대출 받을 수 있었다. 최근엔 1억~2억원으로 낮아졌다. 금융감독당국은 한의원들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은행이자 및 카드결제를 연체하는 한의사가 증가 추세에 있다고 분석했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신규 한의사들에게 활로를 열어주기 위해 전기 · 저주파치료 등 한방 물리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를 확대하고,한의학적 진단명을 현대의학의 질병코드로 바꾸는 등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