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탈레반과 정치적 협상 나서나

맥크리스털 사령관 "탈레반도 아프간 정부 구성원 될 수 있어"
[한경닷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과 정치적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미국의 스탠리 맥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나토(NATO) 연합군 사령관이 탈레반과 정치적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맥크리스털 사령관은 “군인으로서 전투는 충분히 치렀다고 생각한다”며 “아프간인 스스로 통치하는 합리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그는 탈레반 지도자들도 아프가니스탄의 미래 정부에 참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들이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초점을 맞춘다면 아프간인 누구나 일정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대답을 내놨다.

크리스털 사령관의 이같은 발언은 미군 수뇌부에서 확산되고 있는 탈레반과의 권력 분점을 통해 전쟁을 끝내겠다는 전략이 힘을 얻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지난주 파키스탄을 방문한 자리에서 “탈레반을 아프가니스탄의 정치적 지형의 일부분”이라고 언급해 탈레반 세력을 제도권으로 인정하겠다는 신호를 보냈었다.

게다가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건재를 과시하는 녹음 테이프가 공개되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탈레반과 알카에다를 분리해서 대응하기 위해 탈레반과 정치적 협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했다.또 최근 아프가니스탄 당국이 오는 5월로 예정된 총선을 9월로 연기하기로 한 결정도 탈레반이 대타협을 통해 제도권에 들어올 수 있는 시간을 남겨두기 위한 선제 조치로 풀이된다.결국 미국의 탈레반과 정치적 타협안은 오는 27일 런던에서 열릴 컨퍼런스에서 크게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영국의 더타임스는 이번 회의에서 아프간내 탈레반을 포함한 다른 무장세력 지도자들에게도 헌법 질서를 존중하면 정부에 참여시키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 합의문 초안을 입수해 보도했다.

초안에는 또 총 10억달러의 기금을 마련해 탈레반에서 귀화한 아프간인들에게 일자리와 재교육을 시켜주는 프로그램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아프간 정부와 유엔 등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회의에서는 아프간의 치안상황과 안보와 개발을 비롯해 지속적인 안정과 발전을 위한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