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매니지먼트] 관심끌고 친구 사귀고…'칵테일 파티' 처럼 홍보해라

'소셜미디어 시대' 기업홍보

지난해 7월 미국 유나이티드항공(UA)은 인터넷 상의 불만 여론을 무시하다 호되게 곤욕을 치렀다.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사는 데이브 캐롤이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UA가 부숴버린 내 기타'란 제목으로 올린 동영상이 한 달 사이 440만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UA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기 때문이다. 캐롤은 동영상에서 2008년 UA에 탑승하며 수화물로 부친 3500달러짜리 기타가 부숴졌는데 보상 요구를 UA가 몇 달째 무시한다는 내용을 익살맞으면서도 신랄하게 표현했다. 기업이 소비자를 무시한다는 내용에 공감한 많은 인터넷 이용자들이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SNS)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 동영상을 알렸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지만 UA의 대응은 굼떴다. UA의 유튜브 채널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UA 측의 태도에 불만을 표시한 댓글만 가득했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였다. 트위터에는 오로지 캐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다는 말만 반복했을 뿐이었다. UA는 이 사태를 겪은 뒤 소셜 미디어 활동을 늘렸지만 상황은 별반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금도 UA의 트위터 계정(@UnitedAirlines)은 팔로어(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가 4만5000여명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 내 1위의 저가항공사 사우스웨스트항공은 기업 트위터 활동의 모범으로 꼽힌다. 사우스웨스트의 트위터 계정(@SouthwestAir)은 지금까지 260여개의 메시지밖에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팔로어는 100만명이 훌쩍 넘는다. 비결은 트위터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전 · 현직 사우스웨스트 직원들이다. 도합 44개의 계정을 관리하고 있는 이들은 회사에서 겪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거리낌없이 트위터에서 들려주고 있다.

회사와 관련 없는 교우 관계,영화평,육아 등 일상에 관련된 화제도 언급한다. 회사 직원들의 공식적인 발언에 대해 법무팀의 까다로운 규제가 당연시되는 미국이지만 이들의 발언은 법무팀의 규제를 일절 받지 않는다. '홍보'보다 '개인'을 내세운 사우스웨스트 직원들에게 트위터 이용자들은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팔로어' 신청을 하고 있다. 사우스웨스트 공식 트위터 계정도 친근한 개인처럼 행동하는 건 마찬가지다. 경쟁 항공사인 젯 블루(@JetBlue) 계정이 기타 히어로라는 악기 연주 게임으로 승부를 겨루자는 메시지를 올리자 일주일 뒤 두 회사의 대표 선수가 만나 승부를 겨루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사우스웨스트의 트위터 계정은 '절대 지루하지 않다'는 평을 듣고 있다.

문제는 UA와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차이가 실제 기업 평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피플 브라우저는 트위터에서 미국 항공회사들이 어떤 평판을 얻고 있는지 트위터 이용자들의 메시지를 수집 · 분석해 공개했다. 사우스웨스트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85%에 육박했다. 반면 UA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60%에 불과했다. 불만을 표시한 고객들은 주로 '연착' '대기' '대기 중' 등의 단어를 쓰면서 비행 일정이 늦어진다는 내용을 트위터에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론 올해 실제 비행기 정시 도착 비율에서 UA는 92.6%로 사우스웨스트(92%)를 앞서며 미국 전국 단위 항공사 가운데 가장 우수한 성적을 냈었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스마트폰과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가 IT의 주류로 급부상하면서 기업의 고객관리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글로벌 홍보 대행사인 웨버 샌드윅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소셜 미디어의 성장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지만,미국 내 대기업들 가운데 올바른 방향을 보여주고 있는 곳은 극소수라고 지적했다. 웨버 샌드윅은 "트위터에서의 홍보는 칵테일 파티와 같다"며 "파티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명사들,협상 상대방 등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즐겁고 가치있으며 유익한 대화를 나눠야하는 것처럼 트위터에 뛰어든 기업들도 단순한 홍보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경청과 참여'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경청' '참여' '지속적인 업데이트' '댓글' 등과 함께 다른 이의 글을 퍼뜨려주는 '추천'이 필요하다고 웨버 샌드윅은 역설했다. 또 컴퓨터 제조업체 델,케이블 방송사 컴캐스트 등 소셜 미디어에서 성공을 거둔 기업들은 모두 이런 원칙을 적극적으로 실천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지난달 24일 직접 트위터를 시작하면서 3만명에 달하는 소프트뱅크 전 임직원에게 트위터 활동을 의무화했다. 손 회장은 "좌뇌와 우뇌 외에 트위터라는 외뇌(外腦)를 얻은 기분"이라며 "직원들이 트위터 활동을 통해 청취한 소비자들의 아이디어와 건의사항을 오는 6월 소프트뱅크 창립 30주년에 선포할 사업계획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전한 내용은 소프트뱅크의 사업 이야기가 아니라 일본 사회에 대한 비전과 지난 3일 NHK에서 방영하기 시작한 대하 드라마 '료마전' 감상이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