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형펀드 코스피 못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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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10개중 7개 지수 상승률 하회국내 주식형펀드가 올 들어 벤치마크지수인 코스피200지수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펀드의 편입 비중이 낮은 한국전력 KT 등이 연초 강세를 보인 데다 신성장 정책테마주를 중심으로 발빠른 순환매가 나타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치주 강세에 발빠른 순환매 영향
간판펀드도 수익률 2%P이상 부진
26일 펀드평가업체인 제로인에 따르면 순자산 1000억원 이상 일반 주식형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31%(25일기준)로, 펀드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인 코스피200 수익률(-0.53%)보다 0.78%포인트 부진하다. 특히 전체 67개 펀드 중 18개만 벤치마크 대비 초과 수익을 내고 있어 10개 중 7개는 시장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초 이후 성과가 우수한 펀드들은 대부분 기업 가치 대비 주가가 싼 종목을 장기보유하는 가치투자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이 운용하는 '한국밸류10년투자연금1'과 '한국밸류10년투자1'은 각각 연초 이후 2.46%, 2.45% 수익을 올려 코스피200지수보다 성과가 좋았다. '신한BNPP탑스밸류1C''세이가치형A1' 등도 가치투자 펀드다. 또 지난 1년간 지수 대비 20% 이상의 초과 수익을 거뒀던 '트러스톤칭기스칸A'과 '한국투자한국의힘1'은 여전히 지수보다 나은 성과를 내고 있다.
운용사별로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3개 펀드가 초과 수익을 올렸으며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하이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 등도 2개 펀드씩 초과 수익펀드에 포함됐다.
하지만 주요 운용사들의 대표 펀드로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대형 펀드의 수익률은 크게 뒤처진 상태다. 일반주식형펀드 중 투자원본이 가장 큰 '미래에셋인디펜던스K-2A'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5.85%로 지수 대비 5%포인트 이상 부진하며 '미래에셋디스커버리''미래에셋인디펜던스' 등도 2%포인트 정도 뒤진다. 지난해 상대적으로 좋은 수익을 올린 '한국투자네비게이터1(A)'과 '삼성당신을위한코리아대표그룹1(A)' 등도 지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요즘은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해 죽을 맛"이라며 난감해했다. 지난주 조선업종ETF(상장지수펀드)나 통신업종ETF가 수익률 1위와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장기 소외주의 반란이 펼쳐지고 있는 데다 테마 형태의 순환매 양상이 전개되면서 시세흐름을 뒤따라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오대정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일반 주식형펀드는 주가가 횡보하거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지수를 쫓아가지 못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왔다"며 "방향성을 잡기가 어려워 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낼 종목을 선취매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흐름 변화에 잘 적응하면서 꾸준히 상위권에 위치한 펀드를 중장기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다. 오 연구위원은 "단기 성과를 따라 이리저리 옮겨다닐 경우 자칫 뒷북 투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올 전체적으로는 대형 성장형펀드와 중소형 가치주펀드를 7 대 3의 비율로 꾸준히 투자하는 전략을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