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한국 교회를 위한 변명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가 추진 중인 2100억원 규모의 교회 신축 이전 계획이 요즘 개신교계 안팎의 최대 이슈다. 1978년 설립된 사랑의교회는 재적신자 8만명,출석신자 4만5000명의 초대형 교회다. 그러나 사랑의교회는 그동안 규모 때문이 아니라 예수의 삶을 본받도록 가르치는 '제자훈련'과 교회 갱신을 강조하는 옥한흠 원로목사의 리더십,옥 목사의 조기은퇴와 모범적인 담임목사직 승계,적극적인 사회봉사 등으로 안팎의 찬사를 받아왔다.

그런 사랑의교회가 대규모 성전을 신축한다고 하자 "사랑의교회,너마저…" 하는 식의 실망과 우려,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교회로선 억울한 면도 있다. 신자수 500명일 때 지은 교회에서 3만~4만명이 북적대야 하니 그 불편함이 오죽하겠는가. 오정현 담임목사는 "신자가 3만명일 때도 교회를 새로 짓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몰리다 보니 안전문제마저 심각한 상태"라며 교회 신축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또 "2100억원이라는 숫자보다 앞으로 우리 교회가 감당하게 될 나눔과 섬김에 더 큰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그 숫자에서 눈을 떼기 어려운 건 대규모 성전 건축이 갖는 의미 때문이다. 교회의 대형화는 현재 한국 개신교가 안고 있는 주요 문제의 하나다. 물론 열심히 선교하고 교육해서 교회가 커지는 걸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더구나 개별교회가 선교 · 인사 · 예산 등 모든 것을 책임지는 개교회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 교회는 불가피하게 성장을 도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교회가 일정한 규모 이상으로 커지면 적잖은 문제를 낳게 된다. 교회의 공동체성이 약화되고 성장지상주의와 세속적 욕심이 교회의 본질을 해치기도 한다. 이른바 '목회세습'도 주로 대형 교회에서 문제가 된다. 특히 대형 교회 주변의 작은 교회들은 고사할 가능성이 크다. 2000년대 들어 한국 개신교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도 기존 교회에서 다른 교회로 신자가 옮겨가는 '수평이동'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랑의교회 신축 이전 예정지 주변의 교회들이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명성있는 목사와 훌륭한 건물,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춘 큰 교회가 인근에 들어서면 작은 교회 사람들은 그리로 옮겨가게 마련이다. 유명한 브랜드의 대형 할인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들어서면 동네 구멍가게들이 위축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랑의교회 성전 신축 계획은 이제 '던져진 주사위'가 됐다. 지난 10일 열린 교회 공동의회(최고 의사결정기구)에서 교인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서울시 도시 · 건축공동위원회 심의도 통과했다. 내후년 가을이면 서초동 대법원 건너편에서 근사한 새 교회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개신교계의 대형 교회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아직도 많은 대형 교회들이 대형화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또 이른바 '성공한' 대형 교회들을 모델로 성장을 꾀하는 작은 교회도 많기 때문이다. 결국 대형화를 추구하는 한 공간은 부족하고 신축의 필요성은 늘 있을 수밖에 없다.

서화동 문화부 차장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