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G2 리스크'] 당국 "달러캐리자금 향방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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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급등락으로 실물경제 악영향미국의 은행 규제 강화 움직임에다 중국의 긴축 전환 우려 등 이른바 G2 리스크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 달러 환율은 전날에 비해 13원30전이나 올라 1163원30전을 기록했다. 원 · 달러 환율은 올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지난 11일에는 1120원 아래로 떨어졌지만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상 및 미국 정부의 은행 규제 방침 등으로 지난해 말 이후 처음으로 1160원대에 진입했다. 보름 새 40원 이상 오른 것이다. 이날 국제금융시장에서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 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101bp(100bp=1%포인트) 선을 기록했다. CDS 프리미엄은 지난 11일엔 76bp까지 하락했으나 15일 만에 25bp나 올라 지난해 11월 말 두바이 사태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CDS 프리미엄은 채권에서 부도 위험만을 따로 떼어내 거래하는 것으로 이 수치가 높아지면 시장 참가자들이 부도 위험이 높아졌다고 평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G2 리스크 중 미국의 위험은 금융시장에,중국의 위험은 실물경제에 타격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대형 은행의 자기자본 투자를 제한하려는 방침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시장이 불확실해질 때마다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는 현상이 이번에도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한국에서 한꺼번에 빠져 나갈 경우 국내 금융시장이 앞으로도 요동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도 "달러 캐리 자금의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긴축 움직임은 한국의 수출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3.9%에 이른다. 중국의 긴축은 수출 감소를 불러와 국내 생산 감소→소득 감소→고용 감소→경기 하강이란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 한국은행은 그러나 중국의 긴축이 과열 우려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실제 긴축에 나선다면 한국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긴축에 나서는 이유가 경기 급팽창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건전한 조정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