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시계 제로' 증시, 비상구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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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극심한 불확실성에 사로잡혀 있다.
세계 경제의 두 축인 미국과 중국(G2)에서 잇따라 터진 악재로 극심한 변동성 국면에 빠저들고 있는 모습이다.중국의 은행 지급준비율 추가 인상설과 미국의 은행규제 여진이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의 공포심이 극에 달하고 있다.
27일 코스피지수는 나흘만에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외국인의 매도 공세 등으로 하락 반전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북한의 항행금지구역 설정과, 이와 관련해 서해상에서 남북 간 긴장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 역시 외국인들의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코스피지수는 지난주말과 26일까지 불과 3거래일 만에 84.68포인트나 하락했다. '1월 효과'는 고사하고 정확히 지난해 12월 초 수준까지 밀려났다.
기술적 지표도 장중 하향 돌파와 회복을 반복하며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수급선인 60일 이동평균선과 경기선인 120일 이동평균선이 분포돼 있는 코스피지수 1630선이 전날에 이어 이틀째 장중 하향 돌파됐다.그렇다면 탈출구는 전혀 없는 것일까?
일부 증시 전문가들은 여전히 G2리스크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며 보수적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김성주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피지수가 단기적으로 하락하며 주요 이동평균선까지 조정을 보였지만,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당분간 유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최근 'G2'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일련의 상황 변화들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미국 경기는 둔화되고 있고, 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은행 규제는 자산시장 측면에서 금리인상과 비견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또한 긴축의 행보를 빠르게 가져가며 지난 2004년 긴축 쇼크의 '트라우마'(심리적 상처)를 자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시의 수급 불균형 가능성도 있다"며 "OECD 대비 한국의 상대 경기가 조정을 보이면서 외국인의 순매수 강도가 약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이날 주식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코 앞으로 다가온 2월 주식시장은 순환적 조정의 변곡점으로 하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양 팀장은 "중국의 긴축 전환과 오바마 정부의 강도 높은 금융시스템 개혁방안, 그리스의 신용등급 하향 등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예상과 달리 연초부터 빠르게 불거지고 있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기술적으로 코스피지수 60일선과 120일선 등 중장기 이동평균선의 지지력은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추가적인 대형악재가 아니라면 펀더멘탈 모멘텀에 근거해 볼 때 120일선을 바로 하향이탈하기 보다는 지지력을 타진하고 반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설명이다.
조 연구원은 "다만 경제 펀더멘탈 논리만 놓고 본다면 120일선 지지력을 타진할 가능성이 높은지만 여기에 개입될 가능성이 높은 부분이 신용위험"이라며 "전날 주가하락과 함께 원·달러 환율이 기술적인 저항선으로 볼 수 있는 1150원대를 빠르게 상향 돌파하며 1160원대로 올라섰다는 것은 신용리스크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해외발 악재가 심리적 위축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자체를 훼손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양창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현시점이 위기의 완결이 아니라 수습과정 중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최근 나타난 위기의 징후들은 투자자들에게 지난 금융위기에 대한 학습효과를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시장에 나타난 변화들이 투자자들에게 위기에 대한 '트라우마'를 만들었고 이것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자산시장의 가격하락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과거 금융위기는 실물경제가 원인이었던 반면 이번 주식시장 하락은 해외 유동성 이탈로 인한 충격이고 펀더멘털의 구체적 훼손증거가 없는 상황이어서 국지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양 연구원은 "전날 장후반에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중국의 지급준비율 추가 인상 소식은 공식경로를 통해 아직 확인된 바 없는 루머"라며 "주식시장이 기본적으로 '오버슈팅'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악화된 투자심리가 만들고 있는 현재의 가격하락을 지혜롭게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급선과 경기선이 놓여있는 코스피지수 1620선대를 지지선으로 반등을 노리는 전략이 단기적으로 유리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단기적인 지수 급락과 변동성 확대는 두려운 요소인 만큼 장세 대응에 있어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현 시점은 과도한 비관론에 사로잡히기 보다는 심리적 위축 양상이 개선될 수 있는 요인들을 점검하는 작업을 병행할 때"라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현재 불거진 정책리스크는 심리적 측면이 아닌 펀더멘털 개선세까지 훼손할 성격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면서 "따라서 경기선인 12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1630선을 전후한 지지력 구축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지표의 회복기조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확장적 통화정책 유지라는 결과가 나올 경우 투자심리의 변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앤서니 볼턴은 주식시장이 공포에 짓눌려 있을 때 대응전략으로 이렇게 말했다.
"주식을 사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시장에 '피'(blood)가 낭자할 때다. 설령 그 '피' 중 일부가 당신 것일지라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이 미친 듯이 팔고 있을 때 사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탐욕스럽게 매입할 때 팔아라"주식 시장의 공포를 보수적으로 대응한 측과 공격적인 저가매수 기회로 삼았던 측의 승부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
세계 경제의 두 축인 미국과 중국(G2)에서 잇따라 터진 악재로 극심한 변동성 국면에 빠저들고 있는 모습이다.중국의 은행 지급준비율 추가 인상설과 미국의 은행규제 여진이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의 공포심이 극에 달하고 있다.
27일 코스피지수는 나흘만에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외국인의 매도 공세 등으로 하락 반전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북한의 항행금지구역 설정과, 이와 관련해 서해상에서 남북 간 긴장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 역시 외국인들의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코스피지수는 지난주말과 26일까지 불과 3거래일 만에 84.68포인트나 하락했다. '1월 효과'는 고사하고 정확히 지난해 12월 초 수준까지 밀려났다.
기술적 지표도 장중 하향 돌파와 회복을 반복하며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수급선인 60일 이동평균선과 경기선인 120일 이동평균선이 분포돼 있는 코스피지수 1630선이 전날에 이어 이틀째 장중 하향 돌파됐다.그렇다면 탈출구는 전혀 없는 것일까?
일부 증시 전문가들은 여전히 G2리스크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며 보수적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김성주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피지수가 단기적으로 하락하며 주요 이동평균선까지 조정을 보였지만,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당분간 유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최근 'G2'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일련의 상황 변화들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미국 경기는 둔화되고 있고, 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은행 규제는 자산시장 측면에서 금리인상과 비견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또한 긴축의 행보를 빠르게 가져가며 지난 2004년 긴축 쇼크의 '트라우마'(심리적 상처)를 자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시의 수급 불균형 가능성도 있다"며 "OECD 대비 한국의 상대 경기가 조정을 보이면서 외국인의 순매수 강도가 약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이날 주식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코 앞으로 다가온 2월 주식시장은 순환적 조정의 변곡점으로 하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양 팀장은 "중국의 긴축 전환과 오바마 정부의 강도 높은 금융시스템 개혁방안, 그리스의 신용등급 하향 등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예상과 달리 연초부터 빠르게 불거지고 있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기술적으로 코스피지수 60일선과 120일선 등 중장기 이동평균선의 지지력은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추가적인 대형악재가 아니라면 펀더멘탈 모멘텀에 근거해 볼 때 120일선을 바로 하향이탈하기 보다는 지지력을 타진하고 반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설명이다.
조 연구원은 "다만 경제 펀더멘탈 논리만 놓고 본다면 120일선 지지력을 타진할 가능성이 높은지만 여기에 개입될 가능성이 높은 부분이 신용위험"이라며 "전날 주가하락과 함께 원·달러 환율이 기술적인 저항선으로 볼 수 있는 1150원대를 빠르게 상향 돌파하며 1160원대로 올라섰다는 것은 신용리스크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해외발 악재가 심리적 위축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자체를 훼손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양창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현시점이 위기의 완결이 아니라 수습과정 중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최근 나타난 위기의 징후들은 투자자들에게 지난 금융위기에 대한 학습효과를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시장에 나타난 변화들이 투자자들에게 위기에 대한 '트라우마'를 만들었고 이것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자산시장의 가격하락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과거 금융위기는 실물경제가 원인이었던 반면 이번 주식시장 하락은 해외 유동성 이탈로 인한 충격이고 펀더멘털의 구체적 훼손증거가 없는 상황이어서 국지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양 연구원은 "전날 장후반에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중국의 지급준비율 추가 인상 소식은 공식경로를 통해 아직 확인된 바 없는 루머"라며 "주식시장이 기본적으로 '오버슈팅'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악화된 투자심리가 만들고 있는 현재의 가격하락을 지혜롭게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급선과 경기선이 놓여있는 코스피지수 1620선대를 지지선으로 반등을 노리는 전략이 단기적으로 유리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단기적인 지수 급락과 변동성 확대는 두려운 요소인 만큼 장세 대응에 있어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현 시점은 과도한 비관론에 사로잡히기 보다는 심리적 위축 양상이 개선될 수 있는 요인들을 점검하는 작업을 병행할 때"라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현재 불거진 정책리스크는 심리적 측면이 아닌 펀더멘털 개선세까지 훼손할 성격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면서 "따라서 경기선인 12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1630선을 전후한 지지력 구축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지표의 회복기조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확장적 통화정책 유지라는 결과가 나올 경우 투자심리의 변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앤서니 볼턴은 주식시장이 공포에 짓눌려 있을 때 대응전략으로 이렇게 말했다.
"주식을 사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시장에 '피'(blood)가 낭자할 때다. 설령 그 '피' 중 일부가 당신 것일지라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이 미친 듯이 팔고 있을 때 사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탐욕스럽게 매입할 때 팔아라"주식 시장의 공포를 보수적으로 대응한 측과 공격적인 저가매수 기회로 삼았던 측의 승부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