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大 신성장산업으로 소득 4만弗시대] (上) 전자 등 7大 주력산업 성장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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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프롤로그지난 12일 국내 조선업계가 술렁거렸다. 만년 1위일 것 같던 한국의 연간 조선 수주량과 수주 잔량이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에 뒤졌다는 국제 해운 · 조선 시황 전문업체 클락슨의 보고서가 일으킨 파장이었다. 국내 업체들은 "중국의 저가 수주 공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깎아내렸지만 삼성경제연구소는 "중국 조선산업의 경쟁력은 이미 한국의 90% 수준"이라며 "한국이 5~10년 후에도 주도권을 유지할지 불확실하다"고 경고했다.
'뉴 트리오'로 새 활력
중국 거센 추격에 고전
수출 4000억弗 근처서 맴돌아
'원전·방산·항공' 엔진 장착
경제 업그레이드 나설 때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CES)에서는 이름도 생소한 하이센스라는 중국 가전업체 회장이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중국 기업가가 기조연설자로 초대받은 것은 CES 40여년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금 한국의 '달러 박스'는 반도체 전자 자동차 휴대폰 조선 등 이른바 '7대 제조업'이다. 지난해 한국 수출의 78%가 여기서 나왔다. 경제위기로 선진국 기업이 휘청거릴 때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한국 대표 기업들은 세계를 호령했다. 반도체는 세계 시장의 61%(D램 기준)를 차지했고 조선은 34%가 넘었다. TV는 36%대를 돌파하며 가전 왕국 소니를 변방으로 몰아냈고,휴대폰은 30%를 넘어 세계 1위 노키아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최대 수출품이던 섬유가 이젠 별 볼일 없어지고 조선업이 중국의 거센 추격에 직면했듯,지금의 주력 산업이 언제 흔들릴지 아무도 모른다. 게다가 중국의 추격을 물리친다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존 시장 점유율을 지키는 '방어전'에 가깝다.
수출 통계를 보면 상황이 뚜렷해진다. 한국의 수출은 2001년 1504억달러에서 2008년 4220억달러로 3배 가까이 불어났다. 반도체 휴대폰 TV 조선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 덕분이었다. 하지만 작년에는 3700억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올해 수출 목표는 4100억달러에 불과하다. 수출이 3~4년간 4000억달러 근처에서 맴돌고 있는 것이다. 악화한 세계 경기가 한 이유지만 주력 산업만으로는 덩치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원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IT(정보기술) 조선 자동차 같은 산업은 이미 포화상태"라며 "점유율 싸움은 있지만 급격한 성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원전(발전 포함),항공,방위산업 등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 주력 산업이 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달러 박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용수 LG경제연구원 미래연구실장은 "미국과 유럽의 성장 역사를 볼 때 우리도 언젠가 한계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며 "주력 산업을 서서히 업그레이드해 가는 전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원전이나 항공산업은 '국격'을 높이는 데도 유리하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솔직히 해외에서 삼성이나 LG,현대는 알아도 한국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한국이 원전을 수출했다'고 하면 보는 눈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원전이나 항공 · 방위산업이 앞으로 '제2의 수출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도 높다. 한국은 이미 작년 말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를 계기로 세계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중동뿐 아니라 인도 핀란드,심지어 미국까지 '한국형 원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항공과 방위산업도 무시하지 못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한국이 자체 개발한 T-50 고등훈련기가 현재 싱가포르에서 선진국과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을 정도다. 한국은 T-50으로 세계 12번째 초음속기 개발국 반열에 올랐다. 허남용 방산물자교역지원센터장은 "항공산업과 방위산업은 과거 군납 위주의 내수산업이었지만 이제는 수출산업으로 바뀌고 있다"며 "한국은 IT 자동차 기계 등 기반산업이 강해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1970년대만 해도 섬유가 수출의 40%를 차지했어요. 지금은 3%도 안 되죠.한국이 섬유에만 매달렸다면 지금 어떻게 됐을까요"라는 강명수 지경부 수출입과장의 말은 변곡점에 선 우리 산업구조의 좌표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주용석/장창민/박민제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