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인도, 그들만의 추격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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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 중국이 경쟁하면 승자는 누가 될까. 인구로만 보면 인도는 11억4800만명,중국은 13억명이다. 하지만 2030년이면 인도 인구가 중국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이다. 인구만 보면 선뜻 한쪽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
경제학자들은 한 국가가 성장곡선을 타려면 시장개혁,과학,그리고 민주주의, 이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중국과 인도 중 어느 쪽인가. 과학은 중국 인도 둘 다 잠재력이 뛰어나다. 시장개혁에서는 중국이 인도보다 훨씬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득이 된다면 규제고 뭐고 일거에 해결할 정도다. 그에 비해 인도는 규제나 독특한 문화적 요인 등이 걸림돌이다. 민주주의는 인도가 더 많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인도는 지상 최대 민주주의 국가(?)로 불리기도 한다. 수많은 NGO,지방정부,이해관계자들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니까. 아마도 인도와 중국은 종합점수가 비슷할 것 같다.
경제학자들이 인도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독특한 추격모델 때문이다. 중국은 제조업 아웃소싱 수요를 바탕으로 제조업 강국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에 반해 인도는 서비스업(특히 IT서비스업) 아웃소싱 수요를 토대로 IT서비스업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인도 IT서비스업은 다국적 기업의 단순 하청에서 핵심 하청으로,그리고 지금은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독립해 스스로 고객 마케팅을 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중국도 그렇지만)이 제조업을 중심으로 선진국을 따라잡는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경제학자들은 서비스업에서 어떻게 이게 가능했는지에 주목했다. 어떤 학자는 인도를 보고 IT와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기술적 비약론'을 찾아냈다. 또 서울대 이근 교수 등은 농업→제조업→서비스업이라는 전통적 성장단계와 비교해 인도는 특정 단계를 생략하거나 새로운 추격경로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최근 들어 인도는 제조업 육성을 말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인도는 정말 새로운 추격경로를 만드는 셈이다.
우리나라와 인도의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이 올해부터 발효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인도를 방문, IT,산업인프라,인력 등 세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우리 제조업과 인도 서비스업을 결합해 보자는 계산이다.
그러나 인도의 성장경로를 알면 그런 단순한 구도로만 볼 것은 아니다. 인도 IT서비스 기업은 내부거래(내수) 의존적인 우리와 다르게 세계 IT서비스 시장의 20%를 공급할 정도로 글로벌화돼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제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도 IT서비스업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본질이 무엇인지를 아는 게 더 중요하다. 또 제조업 협력도 멀리 내다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시장으로서의 인도에 대한 전략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합작투자 실패 등 학습을 거친 끝에 인도에서 잘 나가고 있지만 신규 경쟁자들이 속속 진입하기 시작했다. 특히 신흥시장 공략을 위한 일본 기업들의 진입은 변수가 될 것이다. 그리고 경쟁이 격화되면 인도는 이 기회를 활용해 자국 기업들을 키우는 전략으로 나올 수 있다. 인도 시장을 둘러싼 진검 승부는 지금부터일지 모른다.
안현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경제학자들은 한 국가가 성장곡선을 타려면 시장개혁,과학,그리고 민주주의, 이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중국과 인도 중 어느 쪽인가. 과학은 중국 인도 둘 다 잠재력이 뛰어나다. 시장개혁에서는 중국이 인도보다 훨씬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득이 된다면 규제고 뭐고 일거에 해결할 정도다. 그에 비해 인도는 규제나 독특한 문화적 요인 등이 걸림돌이다. 민주주의는 인도가 더 많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인도는 지상 최대 민주주의 국가(?)로 불리기도 한다. 수많은 NGO,지방정부,이해관계자들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니까. 아마도 인도와 중국은 종합점수가 비슷할 것 같다.
경제학자들이 인도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독특한 추격모델 때문이다. 중국은 제조업 아웃소싱 수요를 바탕으로 제조업 강국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에 반해 인도는 서비스업(특히 IT서비스업) 아웃소싱 수요를 토대로 IT서비스업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인도 IT서비스업은 다국적 기업의 단순 하청에서 핵심 하청으로,그리고 지금은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독립해 스스로 고객 마케팅을 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중국도 그렇지만)이 제조업을 중심으로 선진국을 따라잡는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경제학자들은 서비스업에서 어떻게 이게 가능했는지에 주목했다. 어떤 학자는 인도를 보고 IT와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기술적 비약론'을 찾아냈다. 또 서울대 이근 교수 등은 농업→제조업→서비스업이라는 전통적 성장단계와 비교해 인도는 특정 단계를 생략하거나 새로운 추격경로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최근 들어 인도는 제조업 육성을 말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인도는 정말 새로운 추격경로를 만드는 셈이다.
우리나라와 인도의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이 올해부터 발효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인도를 방문, IT,산업인프라,인력 등 세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우리 제조업과 인도 서비스업을 결합해 보자는 계산이다.
그러나 인도의 성장경로를 알면 그런 단순한 구도로만 볼 것은 아니다. 인도 IT서비스 기업은 내부거래(내수) 의존적인 우리와 다르게 세계 IT서비스 시장의 20%를 공급할 정도로 글로벌화돼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제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도 IT서비스업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본질이 무엇인지를 아는 게 더 중요하다. 또 제조업 협력도 멀리 내다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시장으로서의 인도에 대한 전략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합작투자 실패 등 학습을 거친 끝에 인도에서 잘 나가고 있지만 신규 경쟁자들이 속속 진입하기 시작했다. 특히 신흥시장 공략을 위한 일본 기업들의 진입은 변수가 될 것이다. 그리고 경쟁이 격화되면 인도는 이 기회를 활용해 자국 기업들을 키우는 전략으로 나올 수 있다. 인도 시장을 둘러싼 진검 승부는 지금부터일지 모른다.
안현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