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구 증후군 '뚝'…친환경PB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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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기업 '제로보드' 첫 상용화
포름알데히드 방출 '사실상 제로'
"어린이 가구·고급주택 공략"
아토피를 앓고 있는 다섯 살짜리 딸을 볼 때마다 속상했던 주부 김주연씨(38 · 가명)는 최근 자녀를 위해 일부러 지은 지 오래된 아파트로 이사갔다. 그런데 아토피 증상은 오히려 악화됐다. 병원에선 이사를 하면서 새로 구입한 아이방의 가구에서 나온 포름알데히드에 따른 '새가구증후군'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일부 벽지나 바닥재에서 몸에 안 좋은 유해물질이 나온다는 것은 알았지만 가구에서도 이 같은 물질이 나온다는 점을 간과한 것.
앞으로 소비자들이 새가구증후군으로 인한 고민을 덜 수 있게 됐다. 목질자재 전문회사가 새가구증후군을 막아주는 차세대 가구 원자재인 파티클 보드(PB)를 개발,상용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김종수 동화기업 대표는 27일 기자와 만나 "발암물질로 알려진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이 사실상 0에 가까운 보드(가칭,제로 보드)를 국내 처음으로 개발했다"며 "하반기 중 시중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제품은 ℓ당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이 0.03㎎에 불과하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수치는 현재 사용 중인 친환경자재 최고 등급인 슈퍼E0(0.3㎎)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천연원목보다 낮거나 같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천연원목의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은 건조하기 전 생재(生材)를 기준으로 약 0.1~0.2㎎ 수준이며 PB나 MDF(중밀도섬유판)용으로 건조된 경우 약 0.03㎎으로 측정된다. 천연원목을 잘라 붙여 만든 집성목은 0.2~0.3㎎의 포름알데히드를 방출,슈퍼E0와 비슷하다. 김 대표는 "이 보드를 우선적으로 아토피 예방이 필요한 어린이집과 어린이 가구 , 박물관의 귀중품을 보관하는 수장고 등에 판매를 추진하는 한편 대형 건설회사 등과 협력해 고급 주택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통상 슈퍼E0 등급의 PB 가격은 현재 시장점유율이 70%를 넘을 정도로 널리 쓰이는 E2(1.5~5.0㎎)에 비해 30% 정도 비싼 편이다. 회사 측은 이 보드의 가격을 친환경 제품 확산 및 시장 개척 차원에서 슈퍼E0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현재 KS 규정에서는 E1(0.5~1.5㎎) 이상의 자재를 친환경으로 인증하고 있다.
제로 보드 개발의 핵심은 접착제의 원료인 수지.PB는 목재를 톱밥 형태로 잘게 부숴 접착제를 섞어 딱딱하게 생산한 가구원자재다. 문제는 요소 수지 또는 멜라민 수지 등에 포르말린을 섞어 만든 접착제에서 유해물질이 나온다는 것.이에 따라 이 회사는 인체에 유해한 포르말린이 포함되지 않은 이소시아네이트 계열의 수지와 나무에서 추출한 천연 성분인 탄닌을 섞은 뒤 이 혼합물질이 빨리 굳게 해주는 특수 경화제(TA)를 개발해 첨가했다. 이 접착제는 MDF(중밀도섬유판) 등 목재 제품에 모두 적용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제로 보드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접착제 개발은 화학전문 계열회사인 동화그린캠이 맡았다.
친환경 자재일수록 강도가 약하다는 지적과 관련,김 대표는 "접착제는 고온으로 압력을 가해 성형하는 열경화성수지"라며 "얼마나 강한 압력으로 성형하느냐에 따라 강도는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제로 보드는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 및 신규 시장 창출을 위한 전략적 제품으로 1년에 걸쳐 개발했다"며 "대부분 슈퍼E0 자재를 사용하는 일본 등을 중심으로 수출에도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