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분쟁 위험수위…프랑스 "부르카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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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 착용금지법 가결…기독교·이슬람 충돌 확산
나이지리아는 300명이상 숨져
21세기가 '탈종교의 시대'가 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세계 각국에서 종교 분쟁이 빈발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이 사실상 알카에다 탈레반 등 이슬람권과 서방과의 대결 양상을 띠는 가운데 프랑스 나이지리아 스위스 말레이시아 등에서 종교를 둘러싼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프랑스 의회는 지난 25일 학교 등 공공장소와 버스 지하철 등에서 무슬림 여성들의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단 가정이나 길거리 등에서는 부르카를 쓸 수 있도록 허용했다. 부르카는 무슬림 여성들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덮는 검은색 베일이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부르카 금지법안은 공공장소에서만 부르카 착용을 금지해 당초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주장했던 전면 금지 조치에 비해선 한발 물러선 것"이라며 "이슬람 테러단체의 보복과 유럽인권재판소의 제재 조치를 의식해 프랑스 의회가 이 같은 절충안을 내놨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무슬림 인구는 500만명가량으로 유럽 최대 규모인 데다 지난해 사르코지 대통령의 부르카 착용 금지법안 발표 이후 알카에다 등 테러조직들이 보복을 경고하면서 부르카 금지 수위를 조절한 것이다.
유럽 국가들에서 부르카에 대한 사회적 반감은 매우 높은 상황으로 부르카 금지법안을 발의한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의 사르비에 베르트랑 당수는 "부르카는 여성의 인권을 억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7%가 부르카 착용 금지안에 찬성했다.
영국 등도 자국 내 이슬람 원리주의 확산을 우려,부르카 착용 금지 법제화를 검토 중이다. 여기엔 부르카를 착용할 경우 얼굴이 가려져 테러 용의자를 가려낼 수 없다는 점도 감안됐다. 앞서 스위스는 이슬람 사원의 첨탑 건설 금지법안을 국민투표에서 통과시켜 아랍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사고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간 대립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크고 작은 유 · 무혈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나이지리아 중부 기독교 다수 지역인 플래토주 조스시에선 이슬람 사원 건립 문제로 무슬림과 기독교 세력 간에 벌어진 나흘간의 유혈 충돌로 최소 326명이 숨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역 종교 지도자들과 의료진,구호단체 관계자 등은 사망자가 최소 55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경찰과 인권단체 등은 상대 교도들을 학살하거나 시체를 유기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는 문자메시지가 유포되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에선 법원이 기독교의 신에 대해서도 '알라(Allah)'로 부르는 것을 허용하자 종교 간 갈등이 폭발,이슬람교도들이 가톨릭 성당과 기독교 교회들을 공격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로 인해 말레이시아 전역에서 10여개의 교회가 방화 등 공격을 당했다. 인도네시아 마루쿠 섬에서도 기독교도 초등학교 교사의 이슬람교 비하 발언을 계기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나 교회 두 곳을 포함,건물 50여채가 불에 타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김동욱/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