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 탄소세의 경제학

이산화탄소 배출권의 거래를 허용하는 cap-and-trade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결코 유일한 것은 아니다. 배출권 거래 이외에도 탄소세(carbon tax) 부과라는 방법이 있다. 탄소세는 탄산가스(CO2) 발생량에 비례하는 금액을 징수하는 세금이다. 세금인 만큼 세계 정부가 없는 현재,국제적인 시행은 힘들고 국내용으로나 가능하다.

탄산가스는 결국 탄소(C)의 연소에서 나오기 때문에 에너지,특히 화석연료(fossil fuel)인 석탄과 석유의 소비가 배출의 주범이다. 태우는 연료가 더 많은 탄소를 포함하고 있으면 탄산가스를 더 많이 배출한다. 석탄은 탄소를 가장 많이 포함하는 에너지 자원이고 기타 화석연료의 주성분은 탄소와 수소의 화합물인 탄화수소이다. 천연가스는 탄소보다는 수소를 더 많이 함유하고 있는 화석연료로서 탄산가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더 적은 소위 청정연료이다. 화석연료가 아닌 생물연료(biofuel) 에탄올도 청정한 탄화수소 연료이다. 탄소세를 부과하면 사람들은 세금을 덜 내기 위하여 탄소 함유량이 높은 화석연료의 소비를 줄이고 대신 태양광이나 풍력 등 청정연료를 사용하려 할 것이다.

연료별 탄소함유량은 기술적으로 이미 파악되어 있으므로,어느 연료든 그 소비량이 배출하는 탄산가스 수량을 즉시 산출하는 환산공식이 알려져 있다. 탄소세 세율이 이미 공표돼 있는 만큼 탄산가스를 유발하는 사업자는 연료를 태우기 이전에 이미 자신이 부담해야 할 탄소세 금액이 얼마인지를 안다. 반면에 cap-and-trade 제도에서는 각자 부담 없이 배출할 수 있는 수량이 얼마인지는 확실히 알고 있지만,배출권 가격이 그때그때 다르므로 배정된 cap 이상 배출해야 할 경우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불안정하다.

배출 비용이 확실하면 기업은 얼마나 배출할 것인지를 사전에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자들로서는 배출권 가격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cap-and-trade보다는 탄소세를 더 선호한다. 그러나 배출량 감소 목표를 확실하게 달성하는 데는 기업에 불리한 cap-and-trade가 더 효과적이다. 탄소세하에서 기업들이 선택한 배출량은 국가 전체의 배출 한도를 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출권 시장과 탄소세는 둘 다 시행될 수도 있고 어느 하나만 시행될 수도 있지만 기업은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두어야 할 것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세계 전체적으로 보면 기회가 아니라 재앙이다. 과거와 같은 생활을 유지하려면 이전에 투입하던 노력에 더해 환경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추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과거에는 필요 없던 환경 유지 노력을 추가해야 하므로 생활 수준은 변함없는데도 전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탄소 절감 기술을 남 먼저 개발하는 기업이나 국가에는 엄청난 선점 이익이 기다린다. 모든 나라 모든 기업이 대가를 지불하고 이 기술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