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기준 미달제품 조달시장서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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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청, 17개제품 내달부터 적용조달청이 다음 달부터 '최소 녹색기준'제도를 도입키로 한 것은 에너지 효율이 낮은 제품 구매를 배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민간 부문이 주도하는 녹색성장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대기전력 내년 0.1w이하로 강화
화장지 100% 재활용 제품만 구매
권태균 조달청장은 "녹색성장 기조에 맞춰 우리 정부도 에너지를 많이 잡아먹는 제품을 퇴출시키자는 것"이라며 "앞으로 적용 대상과 품목을 더욱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제품만 산다
조달청이 발표한 최소 녹색기준은 대기전력,에너지 소비효율,폐지 재활용 등 3가지로 나뉜다. 컴퓨터,노트북,모니터,프린터,복사기,팩시밀리,텔레비전,비디오 등 8개 품목에 대해서는 대기전력 기준을 적용한다. 대기전력은 전자제품이 전원을 끈 상태에서 전기 플러그가 연결돼 있을 때 소모하는 전기 에너지를 말한다. 전기를 잡아먹는다는 의미에서 전기 흡혈귀(power vampire)로도 불린다.
조달청은 올해는 1W 또는 0.5W 이하 제품만을 구매하고,2011년 이후에는 기준을 0.5W 또는 0.1W 이하로 강화할 예정이다. 현재는 대기전력이 1~2W인 제품도 사용하고 있다. 세탁기,냉장고,에어컨,공기청정기,전기냉난방기,식기세척기 등 6개 품목은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을 적용한다. 현재는 1~5등급의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1등급 제품만 구매한다. 인쇄용지,화장지,봉투에 대해서는 재활용 제품 활용 비율 기준을 적용한다. 인쇄용지는 50% 이상,행정봉투는 70% 이상,우편봉투는 20% 이상 재활용지를 사용한 제품만을 구매한다. 화장지는 100% 재활용 제품만 사용한다.
조달청은 최소 녹색기준을 즉시 적용하면 납품기업들이 혼란을 겪을 것을 우려해 일부 제품은 적용 시기를 유예했다. 조달청의 구매 사이트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등록된 총 155개 업체의 1104개 제품 중 662개 제품(60%)만 이 기준에 맞기 때문.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격차도 감안했다. 컴퓨터는 대기업의 경우 6개월,중소기업은 1년 뒤에 시행한다. 에어컨과 전기 냉난방기는 대기업은 1년,중소기업은 1년6개월 뒤로 시행 시기를 늦췄다.
◆공공부문에서만 1144억원 에너지 비용 절감조달청에 납품하는 기업들은 이 기준에 맞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컴퓨터 제조업체인 대우루컴스의 유재명 부장은 "메인보드 등 컴퓨터 핵심부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대기업과는 달리 반제품을 사서 조립하는 중소업체들은 해당 기준을 충족시키려면 조금 시간이 걸린다"며 "기준에 맞는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조달청은 이 기준을 적용하면 공공부문에서만 1144억원의 에너지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7만3000t의 이산화탄소(??) 감축도 기대하고 있다. 조달청은 올해 30여개 제품을 추가로 지정하고 연차적으로 확대해 2013년에는 100여개 제품으로 적용 대상을 늘릴 계획이다.
임중식 조달청 구매총괄과 사무관은 "미국,일본,유럽연합 등 선진국 정부들은 이미 환경과 관련한 기준을 충족시킨 제품만 사들이고 있다"며 "이 제도가 민간부문까지 확산되면 국가 전체적으로 상당한 에너지 절감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