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차례 수십발 발사…軍 벌컨포 100여발 즉각 응사

●북NLL 향해 해안포 사격

27일 오전 9시5분 백령도 고지에 위치한 대북관측소 관측병들의 긴박한 목소리가 통신망을 타고 지휘소로 전달됐다. 옹진반도에서 북방한계선(NLL) 방향으로 날아오는 20~30발의 포탄이 레이더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해병부대는 즉각 날아오는 물체 방향으로 벌컨포 100여발을 응사했다. 합참은 해병부대로부터 상황을 접수한 뒤 위기조치를 취하고 육 · 해 · 공군의 합동전력을 인근에 대기시켰다.

우리 군의 3차에 걸친 경고통신 발송에도 불구,북한 군의 해안포 사격은 이어졌다. 북한 군은 오전 9시5분에 이어 9시45분께 위치를 바꿔 대청도 앞 해상 NLL 지역으로 포를 추가로 발사했다. 오전 10시16분까지 이어진 2차 사격에서 북한군은 20~30발을 쏟아부었다. 북한군은 오후 3시 25분께 다시 백령도 인근 해상에 20~30여발의 포를 추가로 발사했다. 북한 군이 지난 25일 서해상 우리 해역 인근 2곳에 항행금지 및 사격구역을 설정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번 포사격의 진원지는 옹진반도와 장산곶 등에 배치돼 있는 북한군 4군단 예하 해안포 부대다. 이 부대는 백령도 연평도 등 서해5도와 지척인 황해도 앞바다 대수압도 · 소수압도 · 기린도 · 순위도 등 무인도 동굴 등에 해안포 100여문을 집중 배치해 놓고 있다.

북한군의 해안포는 사거리 27㎞의 130㎜,사거리 12㎞의 76.2㎜가 대표적이며 일부 지역에는 사거리 27㎞의 152㎜ 지상곡사포(평곡사포)도 배치돼 있다. 백령도와 북한 장산곶의 거리가 17㎞이고 연평도와 북한 강령반도 앞바다에 있는 섬까지는 13㎞ 거리에 불과하다. 북한의 해안포가 불을 뿜는 순간 서해 5도는 순식간에 불바다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북한군은 사거리 83~95㎞에 이르는 샘릿,실크웜 지대함 미사일 수백여발도 NLL 북쪽 해안가에 다수 설치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정보당국은 서해 NLL에서 남북 간 충돌이 일어난다면 종전의 함정 간 교전보다는 북한 해안포의 선제공격으로 촉발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성능 비교로 볼 때 북측 함정이 남측 함정의 상대가 되기 어렵기 때문에 북한 군부가 해안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합참 고위관계자는 "북한 해안포는 명중률이 크게 떨어지지만 수십발을 한 곳에 집중 사격하면 우리 고속정과 초계함이 크게 위협받는다"고 설명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서해상에서 우리 함정에 가장 위협적인 무기는 중 · 단거리 미사일이지만 전면전으로 확전될 수도 있는 최후의 카드를 쉽게 쓰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결국 북한군은 서해 교전 시 미사일보다는 덜 위협적인 해안포를 사용하기 위해 전력을 증강 배치하고 성능을 시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군 소식통은 "북한은 선제공격 시 지리상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해안포를 사용하려는 유혹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