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 개막] '금융개혁' 다보스 긴급 화두로…정부-글로벌 은행 '격돌'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 '볼커 룰' 지지
바클레이즈 CEO "과도한 규제땐 무역에 부정적"
'볼커가 다보스포럼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

스위스 알프스의 휴양도시 다보스에서 27일 개막한 '경제올림픽' 2010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에선 금융규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지난해 영국 정부가 금융권에 대한 50% 보너스세 부과를 내놓은 데 이어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은행세'와 '볼커 룰' 등 강도 높은 금융규제안을 발표하면서 세계 경제 화두가 위기 이후를 위한 출구전략 논의에서 금융규제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폴 볼커 미 백악관 경제회생자문위원회(EFAB) 위원장이 제안한 볼커 룰은 은행의 위험자산 투자 제한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규제당국 vs 금융사 다보스 혈투

개막 하루 전인 26일 저녁 환영 만찬에선 다보스포럼을 계기로 글로벌 금융규제 컨센서스 마련을 꾀하는 각국 중앙은행 등 규제당국과 과도한 금융규제의 부당함을 호소하려는 금융사 간 치열한 물밑 신경전이 펼쳐졌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간 칸막이를 치고 대형 은행의 시장점유율 제한 및 자기자본 투자 금지를 골자로 한 오바마식 금융규제안은 적절하다"며 "국내총생산(GDP)의 25%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대형 은행들은 혈세로 기사회생한 사실을 벌써 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보스포럼에서 국제 공조를 통한 완성도 높은 금융규제안이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머빈 킹 영국중앙은행(BOE) 총재 역시 금융사 대형화 방지 필요성에 동의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27일 기조연설을 통해 금융규제 필요성을 강도 높게 역설했다. 프랑스 정부는 다보스포럼에 앞서 독일과 함께 금융사의 비즈니스 활동엔 자유를 보장하되 자본확충 요건을 강화해 건전성을 높이는 금융규제안을 내놓기로 입을 맞췄다. 이에 대해 글로벌 금융사 대표들은 올해 다보스에 총집결,금융규제 저지에 사활을 걸었다. 빌 로드 씨티그룹 부사장 겸 세계금융연합회(IIF) 부회장은 "영국과 프랑스의 보너스세와 미국의 은행세,볼커 룰 등 각국이 내놓은 금융규제안은 각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바클레이즈의 로버트 다이아몬드 최고경영자(CEO)는 연례회의 첫날 금융위기 원인에 관한 토론에서 "금융사의 규모를 줄이는 것이 해답이 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 규모가 커진 것은 시장과 자유무역의 원칙을 따랐기 때문이며 만약 은행이 축소된다면 일자리를 비롯해 세계 무역과 경제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터 샌즈 스탠다드차타드은행 CEO도 "금융계는 강도 높은 규제와 감독으로 이미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회장도 "만약 각국 정부가 시장을 과도하게 규제한다면 금융사들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역설했다.


◆신흥국 목소리 커져

5일간 진행되는 200여개 세션의 주요 주제는 금융개혁과 경제위기 극복 등 경제 문제로 모아졌다. 첫날인 27일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가 '뉴노멀(New Normal)은 무엇인가'란 주제로 토론에 참석하며, 30일엔 트리셰 ECB 총재가 '금융규제 재검토' 세션에서 금융규제 및 개혁방안에 대해 입을 열 예정이다. 세계경제가 올해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고용 없는 회복과 저성장에 대한 불안은 여전했다.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첫날 오전 토론에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경제 회복세가 높은 실업률,소비 감소,정부지출 감축 등으로 하반기에는 뒷걸음질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방 선진국 주도로 채워졌던 패널도 중국 인도 한국 출신으로 대체되면서 글로벌 힘의 균형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방대한 자원을 바탕으로 고속성장을 구가하는 아프리카가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관심지역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