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는 애플 미니멀리즘·콘텐츠 혁신의 결정체

●스티브 잡스의 끝없는 도전

"시장조사는 안 했다. 그레이엄 벨이 전화를 발명할 때 시장조사를 했는가. 나는 혁신을 바랄 뿐이다. "

디지털 혁명가,몽상가,괴짜….세계 최고의 창의적 경영자로 평가받는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자신이 개발한 그래픽 혁명을 일으켰던 PC '매킨토시'를 두고 한 말이다. 그가 이번엔 차세대 태블릿PC인 '아이패드'로 글로벌 IT(정보기술)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업계는 아이팟(MP3 플레이어),아이폰(스마트폰),맥북에어(초슬림 노트북) 등에 이은 또 하나의 신화가 창조될지 주목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아이패드가 발표된 미국 샌프란시스코 예르나부에나 아트센터.취재진은 잡스 CEO의 몸짓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청바지와 검은색 터틀넥(목티)을 입고 하얀 운동화도 신었다. 잡스는 '일생의 역작'이라고 말한 아이패드를 들고 "마치 마법과 같은 제품으로 2010년을 시작하게 됐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창의'와 '혁신'.잡스의 이름 앞에 항상 따라붙는 단어들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은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가장 탁월한 능력과 실적,영향력을 보여준 CEO"라고 평가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올해 주목할 인물 6명 가운데 한 명으로 잡스를 꼽으며 "강력한 카리스마와 탁월한 아이디어로 IT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는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잡스는 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강조한다. '최소한의,극미의 미학'을 뜻하는 미니멀리즘은 애플의 모든 제품에 일관되게 구현되고 있다. 애플을 부활시킨 MP3플레이어 '아이팟'을 설계할 때도 경쟁사들과 달리 단순하고 직관적 디자인을 구현했다. 복잡한 버튼을 줄이고 간편한 '스크롤 휠'(손으로 돌리는 방식의 조작 기구)을 MP3플레이어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지금까지 세계 시장에서 무려 2억5000만대 정도가 팔려나갔다. 그가 디자인을 중요시한다고 해서 기능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잡스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이들은 디자인을 단지 어떻게 보이는가에 관련돼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하면 디자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의 문제다. 어떤 제품의 디자인을 잘하기 위해선 그 제품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

잡스가 최근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모바일 콘텐츠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활용해 음악,동영상,전자책(e-book),신문,잡지 등의 콘텐츠를 유통하며 수익을 거두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카민 갤로는 "잡스는 꿈을 공유하고,대립 구도를 확실히 설정하는 CEO"라며 "그는 무대를 공유할 줄 알고 절정의 순간을 연출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