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무리한 해외투자 손실에 '중징계'

금호생명 2800억원 손실
금감원, 기관경고·CEO 문책

금호생명이 해외투자를 하면서 리스크(위험) 관리를 제대로 안 해 280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금호생명에 기관경고를, 최병길 전 사장과 박병욱 현 사장 전·현직 최고경영자(CEO)에 대해서는 문책경고를 하기로 결정했다. 문책 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은 임직원은 향후 3년간 다른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고 연임도 불가능하다.

해외 투자로 대규모 손실을 내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것은 작년 9월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직무정지)에 이어 보험권에서는 금호생명이 처음이다.

28일 금감원에 따르면 금호생명은 2002∼2008년까지 해외 파생상품과 유가증권，부동산펀드 등에 약 8000억원을 투자해 작년 6월 기준으로 약 2800억원의 손실(평가손실 포함)을 냈다．

금감원은 금호생명이 보험업법과 외국환거래법상 자산 운용 때 안정성과 유동성，수익성，공익성을 확보하고 자기자본의 10% 이상을 투자할 때 내부 위험관리 기준을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긴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금호생명은 주로 미국과 일본 등 해외의 고위험 자산에 투자했고 채무 변제 순위가 뒤로 밀리는 후순위채나 환매 제한이 있는 채권，주식 등과 연계한 파생상품에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호생명에 2004년과 2006년에 고위험 자산 투자를 줄이고 내부 위험관리기준을 운영하도록 조치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고 수익성만 추구하는 투자를 계속하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손실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금호생명의 지급여력비율(보험금 지급능력)이 지난해 3월말 적기시정조치 기준인 100%를 훨씬 밑도는 30%대까지 떨어졌다．이후 금호는 증자를 통해 이 비율을 100% 이상 끌어올렸으나 지난해말 기준으로 다시 90%대로 하락했으며,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설립한 사모펀드(PEF)에 회사를 매각했다.

산은은 금호생명의 해외투자 부실은 인수 이전의 일로 당시 대주주 증자를 통해 해결됐던 사안이라며 이로 인한 추가 자금부담은 없다고 설명했다. 산은 관계자는 “해외투자와 국내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장에 대한 투자손실 모두 인수가격 산정 당시 반영됐다”고 말했다．

산은은 3월초 3000억원 규모의 신주발행을 통해 금호생명의 경영권 인수를 마무리 짓는 한편 재무구조도 정상화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이와 동시에 임시주총을 소집, 경영진을 교체하고 금호생명을 산은지주로 편입시켜 조속한 시일 내 경영 정상화를 추진키로 했다.

산은 관계자는 "기관경고를 받게 되는 금융회사는 3년간 다른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이 제한되지만 대주주 교체시 징계의 효력도 조정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며 "영업에 미치는 타격은 크지 않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