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사랑과 세상을 움직이는 건…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작가 세르반테스가 신성모독죄로 갇히게 된 감옥과 그가 벌이는 즉흥극을 오가는 액자식 구성을 취한다.

즉흥극의 주인공은 라만차에 살고 있는 노인 알론조.기사 이야기에 심취한 그는 자신을 돈키호테라 칭하며,훌륭한 기사가 되기 위해 시종 산초를 거느리고 모험을 떠난다. 풍차에 덤벼드는 등 황당한 행동을 거듭하던 알론조는 드디어 영원한 사랑을 바칠 그만의 '레이디'를 찾아낸다. 바로 여관의 하녀로 일하면서 가끔 돈을 받고 낯선 사내들에게 몸을 내맡기기도 하는 알돈자.알론조는 알돈자를 둘시네아라고 부르며 숭배한다. 처음에는 알돈자도 코웃음 쳤다.

'맨 오브 라만차'가 가장 고통스러워지는 지점은 역설적이게도 알돈자와 알론조의 마음이 통하면서부터다. 세상을 선하게 바라보는 '진정한 기사' 알론조에게 어느새 동화된 알돈자의 마음은 순결해지고 부드러워졌다. 그게 문제였다. 세상은 두 사람이 순수하게 살아가는 꼴을 보지 못했다. 알론조처럼 원수에게도 선의를 베풀려 했던 알돈자에게 보답으로 돌아온 것은 처참한 윤간이었다. 알론조 또한 자신이 기사 돈키호테가 아닌 힘 없는 노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쓰러진다.

'맨 오브 라만차'는 참혹한 세상에서도 꿈을 지니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한다. 현실에서 주인공 둘은 남루하기 짝이 없는 알론조와 알돈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꿈의 세계에서 이들은 용맹한 기사 돈키호테와 아름답고 순결한 둘시네아가 될 수 있다. '앞으로는 둘시네아로 살겠다'고 당차게 결심하는 알돈자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다. 2월 15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4만~11만원.1588-5212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