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담금 명시 안한 재개발 동의서 효력 없다"

대법, 조합설립 무효 확정 판결
전국 재개발 사업장 혼란 일듯
재개발조합을 설립할 때 주민동의서에 건축물 개요와 철거 · 신축 비용을 명시하지 않았다면 조합 설립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주요 내용을 누락한 '불완전 동의서'를 받아 설립한 조합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은 처음으로 유사 소송이 이어질 경우 전국의 재개발 현장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2부는 29일 이모씨(63 · 여) 등 부산 해운대구 우2동 주민 75명이 해운대 구청장을 상대로 낸 우동6구역 재개발정비사업조합 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행정청은 조합설립 인가 요건인 토지 소유자 동의 여부를 심사할 때 무엇보다도 도시정비법(도정법)이 규정한 사항을 모두 포함했는지를 살펴야 하며 어느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한 동의서는 무효로 해야 한다"며 "건축물 설계 개요와 철거 및 신축에 드는 개략적인 비용을 누락한 이 사건 동의서는 중대한 하자가 있으므로 원천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로써 우동6구역 재개발사업은 조합설립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재판부는 이어 "건축물 설계 개요는 전체 용도 · 건축면적 · 연면적 · 구조 · 건폐율 · 용적률 등을 명기해 건축비용 산정이 가능한 정도로 기재해야 하고 철거 및 신축 비용은 조합원들이 재개발사업 동의 여부 판단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기재해야 한다"며 "이것이 동의서의 본질적 내용을 이룬다는 원심 판단은 옳다"고 설명했다. 도정법은 조합설립 인가를 위해 사업구역 내 토지 소유자 80%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동의서에는 △건축물 설계 개요 △철거 및 신축 개략적 비용 △철거 및 신축 비용 분담 사항 △사업 완료 후 소유권 귀속 사항 △조합 정관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6구역주택재개발추진위는 2006년 A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도급 공사비를 3.3㎡당 319만2000원으로 책정했다. 같은 해 말 추진위는 조합원 328명 중 267명의 동의를 얻어 조합설립 인가를 신청했고,이듬해 1월 해운대구청이 인가 처분을 내리자 조합원 75명이 조합설립을 무효로 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해운대구청 및 나머지 조합원들은 "동의서에 일부 누락된 점이 있어도 주민 공람 및 A건설과의 협의 과정에서 개략적인 공사비와 분담금을 모두 공개했고,누락된 기재사항을 이후 사업시행 과정에서 모든 조합원들이 숙지했으므로 문제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