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코스피 1550선까지 조정 가능…보수적 대응 구간(종합)

국내 증시가 29일 반등 하룻만에 급락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이탈과 단기 급등에 따른 가격부담, 'G2'(미국·중국)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등을 직접적인 하락 요인으로 꼽고 있다.코스피지수가 1550선까지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방어적 대응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동안 시장을 이끌어 온 외국인이 이탈하면서 지수가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면서 "수급의 주체가 부각되지 않는 이상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외국인의 매도 전환은 달러가 강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싸게 달러를 빌려 투자했던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또한 오바마 미 대통령의 금융개혁 의지도 외국인, 특히 투기적인 단기 자금을 운용하는 외국인의 투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팀장은 지지선으로 코스피지수 1550선을 제시했다. 기술적으로 두 번의 고점을 치고 지수가 하락하면 고점 대비 10% 가량 하락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당분간 방어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으나, 조정시 매수해야 하는 종목은 역시 삼성전자를 비롯한 IT(정보기술)와 자동차"라며 "미국 정부가 지원의 범위를 기존 금융사에서 일반 소비자로 변경하고 있고, 중국도 긴축 우려는 있지만 소비 부문의 지표는 좋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박희운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과 미국의 긴축 정책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며 "1600선이 붕괴된다해도 그 이후 지지선이 어디일지 추측할 수 없을 정도"라고 진단했다.

박 센터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강조한 상업은행 규제방안은 결과적으로 주식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갈 수 있는 요인을 제공한 것"이라며 "레버리지를 통한 수익실현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발(發) 긴축 정책이 한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기 때문에 중국 증시가 반등하면 한국도 그에 따를 것이란 것이 박 센터장의 분석이다.그는 "중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지난 4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예상치를 크게 웃돈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긴축 정책을 실시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국도 올 1분기 경기선행지수와 GDP가 고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에 긴축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박 센터장은 "KTB투자증권은 올해 증시 전망을 '상저하고'로 예측해왔다"며 "당분간 하락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긴축 우려가 덜어지고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이 저평가됐다고 생각되면 매수세가 유입돼 증시가 진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가격부담과 경기회복 추세 둔화 등을 증시 급락 요인으로 꼽고, 다음달 코스피 지수는 1550∼1650 구간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센터장은 "중국 긴축과 미국 은행 개혁 우려 등은 이벤트성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며 "근본적으로 한국 증시가 안고 있던 약세 요인이 코스피 지수를 끌어내린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 증시가 급등, 이에 따른 가격 부담이 남아있는 상태라고 이 센터장은 지적했다. 지난해 7월부터 나타난 강세장은 경기 회복 기대를 바탕으로 진행됐는데, 최근 경기 상승 추세가 둔화되면서 모멘텀이 약화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새로운 동력이 장착되지 못한 상태에서 기존 동력원의 상승 추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이에 1월 중순서부터 코스피 지수가 가라앉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코스피 지수가 강세를 나타내기는 어렵겠지만 추가적으로 급락할 가능성 역시 낮다고 내다봤다. 다음달 코스피 지수는 부분적으로 반등했다가 다시 하락하며 1550∼1650 구간의 박스권 장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그는 "현재 증시 급락세가 진정된 후 아이폰 관련종목 등 중소형주 중심의 투자 전략이 비교적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 주가수준은 1분기 예상 지수범위인 1580~1750포인트의 하단이기 때문에 주식을 사들여야 할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1700선까지 올라왔을 때 투자자들은 차익실현이 시기를 고민했다"며 "중국과 미국발 우려가 조정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중국의 출구전략은 시기가 문제였지 예상된 상황이고, 미국의 금융규제 우려도 한국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식 매수하라는 조언이다.

그는 "올해 시장은 상반기에 출구전략 시행과 미국 상업용 부동산대출 부실 우려 등이 반복적으로 나와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기 때문에 두려움에 팔지말라"고 전했다.

박 센터장은 "원화절상 추세의 수혜 종목들을 사라"며 "항공이나 음식료 등과 방어적인 측면에서 통신서비스·유틸리티 업종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라"고 말했다.한편 이날 오전 11시4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9.38포인트 내린 1613.43을 기록 중이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