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發 사이버테러 공포] 中,100만 '사이버 홍위병' 양성…전세계 넘나들며 해킹

컴퓨터 학원에서 해킹교육
인민해방군도 전문부대 운용

'우리는 영원히 국가와 인민을 보호하고 언제나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

중국 공산당의 헌장이 아니다. 중국해커연맹이 내건 '해커의 도덕규칙' 중 첫 번째 항목이다. 중국해커연맹은 해커들의 자발적인 모임이다. 임의단체인데도 규약 첫 번째가 국익 수호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해커들의 모임 사이트에는 '사랑하는 인민,존경하는 중국' 등 민족주의적인 구호들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중국의 해커들을 '사이버 홍위병'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의 해커부대는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인 구글 G메일(구글의 이메일) 해킹 논란과 관련해 글로벌 이슈로 부상했다. ◆성행하는 해커 학원

베이징의 중관춘.정보기술(IT) 산업의 전진기지인 이곳에 가면 컴퓨터 학원들이 널려 있다. 컴퓨터 보안 학원이라고 간판이 붙어 있지만 사실은 해커 양성소나 다름없다. 해킹 방지 기술을 가르치는 게 설립 목적이지만 해킹을 방어하려면 공격하는 방법을 먼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중관춘 상티의 한 학원에 전화를 걸어 등록하고 싶다고 하자 "고급반은 한 번 등록에 598위안(약 10만1000원)이고 등록 후 집에서 인터넷으로 교육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킹 기술을 가르쳐주냐고 묻자 일단 학원에 나와서 얘기하자고 즉답을 피했다. 해킹 수법을 가르치는 것은 불법 행위를 교육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놓고 해킹 기술을 가르친다고 말하긴 곤란한 것이다.

중관춘에는 이런 학원만 수십개가 있다. 교육 내용도 상당히 구체적이고 학원당 강의 프로그램은 수십개에 달한다. 어떤 학원은 아예 강의실을 차려놓고 수백명씩 모아 교육하는 곳도 있다. 실제 중국의 간판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에 '헤이커(黑客 · 해커의 중국용어)'를 입력하면 수많은 해킹 학원의 홈페이지가 뜬다. 거의 반공개적으로 해커들이 양성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중관춘 같은 해커 양성 기지는 중국의 각 도시로 퍼져나가고 있다. 한 해킹 학원의 교사는 중국 해커들의 특징은 연령대가 낮아지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해킹이 불법이란 의식이 없고 단지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의 척도로만 따진다고도 했다. 컴퓨터를 좀 더 잘 다루기 위해 해킹 기술을 배우고 있다는 것.해킹을 배우는 중 · 고등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런 인프라(?)는 중국발 컴퓨터 바이러스의 급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 지난해 새로 생긴 컴퓨터 바이러스만 2000만개를 넘어 5년 새 400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 홍위병 역할

이런 학원이 성행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배경은 이들이 민족주의로 똘똘 뭉쳐 있어서다. 중국과 국제사회가 마찰을 일으킬 경우 가장 전위에 서는 군단이 '헤이커'들이다. 그래서 민간인 해커들을 중국에선 홍위병의 홍자를 따서 '훙커(紅客)'라고 부른다.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티베트 인권 문제로 프랑스와 마찰이 일자 프랑스 대사관의 홈페이지를 일시에 점령해버린 게 훙커들이다. 호주가 우루무치에서 일어난 유혈 폭동을 비난하자 호주영화제를 오성홍기로 덮어버리기도 했다. 이달 중순에는 포털인 바이두가 이란 해커들에게 공격당하자 즉각 해킹으로 응수해 '적'들을 물리쳤다. 자발적 해커인 훙커의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지만 대략 80만~100만명 정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훙커 외에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해커를 양성하고 운용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민해방군이 1997년 중앙군사위원회 직속으로 만든 '컴퓨터 바이러스 부대',2000년 창설된 '반(反)해커 부대'가 주목 대상이다. 말이 반해커 부대지 실제로 이곳은 해킹 전문가들의 집단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훙커들이 특정 사안에 대해 인해전술식으로 덤벼들어 중국의 이익을 지켜낸다면 이들은 매우 전략적이고 정교하게 운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등 홍콩 언론들은 "중국 해커들은 지난 2년간 동남아 국가들의 외교부 홈페이지 등 세계 103개국 1200여개에 달하는 컴퓨터를 안방 드나들 듯했다"며 "심지어 해킹한 컴퓨터에 설치된 카메라로 사용자가 앉아 있는 방의 사진까지 찍었을 정도"라고 최근 보도했다. 실제 한국의 한미연합사령부가 북한의 남침에 대비해 수립한 군사기밀인 '작전계획(OPLAN) 5027'의 설명 자료도 중국 해커에 의해 해킹당해 군 수사당국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의 실력은 세계 최정상급으로 알려졌다. 세계적 보안업체인 카스퍼스키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악성 프로그램 중에는 치료하는 데 적어도 1년 이상 걸리는 것도 많다고 최근 보고서에서 밝혔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