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능한국인' 선정 정희태씨…22살에 공고 들어가 항공·방산 명장 돼

기능올림픽 메달 꿈 후배 통해 이뤄
중학교 시절이던 1970년대 초 만화방에서 우연히 흑백TV를 통해 본 카퍼레이드.색종이가 휘날리는 가운데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손을 흔들던 국제기능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모습은 이 까까머리 중학생을 한국 최고의 기능인으로 성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이 선정하는 1월 '이달의 기능인'에 뽑힌 정희태 삼성테크윈 기감(사진)이 주인공이다. 정 기감은 1982년 삼성테크윈에 입사해 고정밀 첨단제품 제작 업무에 종사하며 한국의 방산산업과 항공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정 기감은 어려서부터 만들기를 좋아했다. 기계에 흥미를 느꼈던 그는 중학교 졸업 후 1974년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했다. 카퍼레이드의 기억을 떠올리며 3년간 혹독한 훈련을 마치고 드디어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대회에서 도면을 잘못 읽는 엄청난 실수로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심한 상실감으로 직장을 그만둔 채 방황하던 그는 어느날 문득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심 끝에 스물두 살의 나이에 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낮에는 두원중공업에서 일을 배우고 밤에는 학교를 다니며 실력을 키워 나갔다. 정 기감의 재능과 열정은 졸업 후 삼성테크윈에 입사하면서 꽃을 피웠다. 입사 초기 세 차례나 사내 제안왕으로 뽑혔고,다양한 신기술 개발로 주변을 놀라게 했다.

후배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1997년과 1999년,2001년 기능올림픽에 출전한 지도 선수 3명이 전부 금메달을 땄다. 기능올림픽 메달리스트의 꿈을 후배들을 통해 이뤄낸 것이다. 정 기감은 이러한 공로로 2001년 생산기계직종 최연소 명장으로 선정됐다.

은퇴를 앞둔 요즘에는 후배들을 위해 '현장노하우 기술백서'를 정리하며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정 기감은 "수십년간 현장에서 익힌 기술과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