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맨발로 달리기

사람의 두 발에는 52개의 뼈와 38개의 근육,214개의 인대가 있다. 몸 전체 뼈 206개의 약 4분의 1이 모여 있는 것이다. 그만큼 신체 균형을 잡고 움직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거일 게다. 발에는 또 모세혈관과 자율신경이 집중돼 있다. 발가락들은 몸을 지탱하며 지면을 딛고 걷거나 뛸 수 있게 하고,발등은 높은 유연성으로 충격을 완화해 준다. 한마디로 구조와 기능이 뛰어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발을 '인체 공학의 걸작이며 최고의 예술품'이라고 극찬했다.

학자들은 발이 이처럼 놀라운 기능을 갖게 된 것을 진화의 결과로 본다. 오랜 기간 사냥감을 좇고 맹수에 쫓기는 등 생명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걷고 뛰다보니 효율적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쿠션이 있는 기능성 신발이 널리 퍼지면서 발의 진화에 제동이 걸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의 대니얼 리버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사람들이 푹신한 신발을 신게 됨으로써 착지(着地) 습관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요지의 논문을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내용은 간단하다. 운동화를 신은 사람들 중 4분의 3이 1마일을 뛸 때 발뒤꿈치를 1000여번 지면에 직접 부딪친 반면 맨발인 경우엔 습관적으로 발 앞쪽의 둥근 부분이나 옆쪽으로 착지해 충격을 줄였다는 거다. 이들의 신체 스트레스를 측정해 보니 신을 신고 달린 사람은 체중의 2~3배나 되는 무게가 뒤꿈치의 동전 크기만한 표면에 집중돼 맨발 앞쪽으로 착지할 때보다 3배 이상의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인류가 직립보행한 지 수백만년이 흘렀으나 쿠션 신발을 신은 것은 불과 수십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 전엔 맨발이거나 파피루스 같은 풀,또는 동물 가죽으로 만든 샌들 등 맨발과 별 차이 없는 신발을 신고 지냈다고 한다. 요컨대 오랜 인류 역사에서 짧은 기간 동안 바뀐 습관 탓에 발의 진화가 멈추어버렸단 뜻이다.

그렇지 않아도 하이힐이 몸에 해롭다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이번엔 기능성 신발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렇다면 쿠션 운동화를 벗어 던져야 할까. 연구진은 신발이 발을 편안하게 하고 피부를 보호하는 기능도 있는 만큼 필요할 땐 신어야 하지만 가끔 안전한 곳에서 맨발로 달릴 것을 권했다. 그래야 발이 고루 발달한다니 달리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고할 만하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