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선물] 클래식 들려주며 키우는 소…백화점 '명품한우 개발' 무한경쟁

롯데 : 국내최고 명장이 키운 소
현대 : 전통 여물먹인 '火食한우'
신세계 : 120만원짜리 스페셜 세트
백화점 설 선물세트 카탈로그의 첫 장을 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마블링이 입안 가득 군침을 돌게 하는 한우 세트다. 각 백화점의 대표 선물 세트인 만큼 축산 바이어들은 전국의 주요 축산농가를 찾아다니며 명품 한우 개발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다. 백화점이 지정한 목장들은 청정한 재배 환경에서 전통적인 사육 방식을 따라 소를 기른다. 하루종일 클래식을 틀어주는 목장도 있다. 고가 한우 선물 세트는 120만원에 달하는 것도 있다. 현재 세계식량농업기구에 등록된 한우 품종은 황우(누렁소),칡소(얼룩소),제주 흑우,흑소 등 4종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한우는 대부분 황우로 나머지 칡소,제주 흑우,흑소 등은 각각 수백마리에 불과하다. 흑소는 강원도와 충청북도 일부 지역에서 약 100마리만 사육된다. 칡소는 정지용의 시 '향수'에 나오는 '얼룩백이 황소'로 약 400여마리만 있다. 제주 특산물인 제주 흑우도 500여마리에 불과하다.
◆국내 최고 명장이 키운 한우

롯데백화점은 올해 한우 명장이 기른 소를 처음으로 선보인다. 지난해 한우협회가 주최한 한우능력 평가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유완식 고양행주한우영농조합 대표가 키운 한우다. 유 대표의 소가 전국 204마리 소 중 1등을 차지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롯데백화점 측은 농가를 방문해 유 대표와 계약을 체결했다. 좋은 유전자와 행주조합이 자체 개발한 발효 사료를 사용해 육질이 쫄깃하면서도 부드럽다는 설명.등심과 안심 · 채끝 스테이크,불고기,국거리 등으로 구성해 4.2㎏에 60만원이다.

흑소는 일반소에 비해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아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항산화 · 항노화 기능물질인 카뎁킨을 함유했고,오메가-3 함량도 높다. 하지만 흑소가 복원이 어렵고 사육 프로그램도 미흡해 지난해 설 선물세트로 첫 선을 보이려고 도축한 10여마리 흑소가 2~3등급 판정을 받기도 했다. 지난 추석부터 롯데,강원 축산기술연구센터,산하 농가들의 3년간 시행착오 결과 육질 등급이 1+ 이상이 됐다. 등심 · 안심 · 채끝 스테이크와 불고기,국거리 등 4.2㎏ 세트가 55만원이다. 롯데와 충청북도가 손잡고 론칭한 '청풍명월' 한우 세트(4.2㎏ · 59만원)도 있다. 2007년 축산 바이어들이 전국 20개의 산지를 돌아다닌 결과 충북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는 한우 농가를 발견해 사료와 혈통,사양관리 등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한우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등심 · 안심 · 채끝 스테이크와 찜갈비,양지 등으로 구성했다.

◆화식한우 맛보세요

현대백화점은 황우와 함께 제주 흑우,칡소도 선보인다. 황우 중에서는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화식(火食)한우가 눈에 띈다. 곡식과 짚을 끓인 쇠죽으로 소를 키웠던 전통방식을 따라 볏짚과 보리,쌀겨 등을 고온에서 2시간 푹 익혀 여물을 만들었다. 보리는 지방질을 선명하게 하고 쌀겨는 고기 맛을 구수하게 만든다. 화식한우를 기르는 서산농장은 1993년 농장을 설립할 때 한우 약 200마리를 들여온 이후 한번도 외부에서 송아지를 들여온 적이 없다. 성장 단계별로 사료의 종류와 양을 조절하고 클래식 음악도 틀어준다. 송아지 놀이방도 따로 있다. 등심로스,등심불고기,채끝스테이크,찜갈비 등 4㎏에 유기농 찜갈비 양념소스(500g)를 더한 매(梅)호가 60만원.제주흑우는 고려시대 왕의 생일 등에 진상되던 토종 한우다. 1960년대만 해도 1만두가량이 제주에 번식했지만,산업화와 외래 품종의 유입으로 현재는 제주도에 500여마리만 남았다. 출하 물량도 분기당 5~15마리 수준이다. 이중 올 설에 현대백화점이 판매하는 한우는 7두.선물세트로는 120세트 안팎이다. 등심로스,찜갈비,양지와 사태 등 3㎏에 유기농 찜갈비 양념소스(500g)를 더한 매(梅)호가 55만원이다.

15년 전부터 우량종으로 복원하기 시작한 칡소는 올해 처음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매(梅)호 기준 찜갈비와 등심로스,채끝 스테이크 등 3㎏과 유기농 찜갈비 양념소스(500g)를 합해 47만원이다. 현대백화점은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전 점포의 한우 매장에 유전자(DNA) 검사 결과를 사진과 함께 게시한다.

◆120만원짜리 한우 세트신세계백화점은 1991년부터 직영 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1998년 건국대와 협력해 최고급 한우 브랜드 '신세계 목장한우'를 개발했으며 2004년부터 '5 스타'로 브랜드명을 바꿨다. 신세계 전용 목장은 전 공정에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를 적용하고,소 1두당 목장 면적이 약 15㎡(4.5평)으로 평균 면적의 1.5배다. 자연채광에 환기시설,토양,수질 등 사육 조건이 친환경 시설로 이뤄져 있다. 강원도 화천과 평창,전남 영광과 제주에 목장 4곳이 있다.

화천 화악산 해발 700m에 자리잡은 대성목장은 산천어가 사는 청정수와 직접 재배한 곡물 사료로 사육하고 화우 기술을 도입,국내 최초로 환경 친화 축산 한우농장 1호로 인증받기도 했다. 2000두를 사육할 수 있는 시설에서 양질의 소를 기르기 위해 1200두만 사육하고 있다. 평창 영지목장과 제주 제동목장은 소를 초지에 방목해 사육한다.

'명품 목장 한우 스페셜'(4.4㎏ · 120만원)은 등심꽃살,살치살,안창살,제비추리,토시살,치마살,아롱사태,업진살,국내산 토판 천일염 세트 등으로 구성했다. '명품 목장한우 특호'(5.2㎏ · 100만원)는 불갈비,안심 · 채끝 스테이크,부채살,치마살,등심꽃살.살치살,등심로스 등으로 꾸몄다. '명품 한우 특호'(4.2㎏)는 등심로스,안심 · 채끝 스테이크,부채살,치마살,등심꽃살,살치살 등으로 채워져 75만원이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