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제갈량…기업 '최고보좌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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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금 터 놓고 보좌·조언…사내 의견조정땐 분신 역할글로벌 대기업들 사이에서 최근 '최고보좌관(COS · Chief of Staff)' 직급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포천 "ALO·ING…속속 채용"
미국 시사주간지 포천은 1일 아메리카온라인(AOL)과 ING 등 주요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라 COS를 옆에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백악관에선 '비서실장',군에선 '참모장'을 뜻하는 COS는 기업에선 CEO 곁에서 사내 업무를 총괄하는 최고보좌관 역할을 한다. COS는 CEO의 모든 업무 일정을 수행함과 동시에 사내 각종 프로젝트와 관련된 임직원들의 의견을 모아 CEO에게 전달하고,CEO의 의사결정시 결정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CEO의 제갈량'과 같은 존재로 과거 한국의 그룹 비서실장이나 구조조정본부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난해 3월 미국 인터넷 서비스업체 AOL의 CEO로 영입된 팀 암스트롱 전 구글 광고세일즈 담당 부사장은 CEO에 취임하자마자 구글 시절 가장 절친한 동료였던 모린 설리번을 COS로 데려왔다. 설리번 COS는 암스트롱 CEO와 동반자적 입장에서 업무 관련 의견을 교환하며,비공식 이사회 소집 등을 통해 CEO가 직접 해내기 힘든 사내 의견 조정 작업도 대신한다. 일본 생명보험사 아플락의 미국법인 사장인 폴 아모스 주니어는 COS인 앤젤라 케이츠를 분신처럼 활용한다. 아모스 사장은 케이츠 COS를 통해 6만4300명의 에이전트 및 직원들과 소통 기회를 넓히고,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흉금 없이 마음을 털어놓는다. 케이츠는 일상 업무 중 자신의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과 아모스 사장에게 결재를 올려야 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
네덜란드 금융사인 ING그룹 글로벌 보험 사업부문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톰 맥너니도 최근 COO가 되자마자 미국에서 같이 일하던 요스트 하이데만을 본사로 불러들여 COS 자리에 앉혔다. 하이데만은 맥너니 COO 옆에서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반향판(sounding board)' 역할을 하고 있다. 온라인 의류소매업체 길트그룹의 롭 디밍 전략프로젝트 담당 이사도 수전 라인 CEO를 도와 신상품 라인을 발굴하는 등 사업 전반을 보조하고 있다. 포천은 COS들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CEO처럼 생각하되 CEO의 권위를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주어진 많은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기업에서 COS 직책이 뜨고 있는 가운데 일반인들 사이에선 '인생 코치(life coaching)' 사업이 부상하고 있다. 인생 코치는 개인 생활이나 취업 및 직업 문제 등을 조언해주는 역할을 한다. 경제위기와 대량실업 사태에 대한 불안감이 인생 코치를 찾게 만들고 있다. 뉴스위크 인터넷판에 따르면 인생 코치들은 10년 전만 해도 초보 수준이고 부차적인 직업군에 속했지만 지금은 국제코치연합(ICF) 등 전문가 양성 기관들이 생기면서 전문 직업군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ICF의 경우 현재 회원 수가 1만5000명을 넘는다. 미국 주요 도시의 인생 코치들은 시간당 75~300달러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공인자격증을 취득한 사회복지사나 의사가 아니고 법조인이나 의사처럼 윤리규정의 통제를 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의 불안심리를 겨냥한 '얄팍한 상술'이란 비판도 있다.
박성완/이미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