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품질 높여라" 현대차도 '긴장' 모드

"도요타 엔高로 과도한 비용 절감"
무디스, 환율로 韓·日기업 '희비'
현대 · 기아자동차가 '도요타 리콜 사태'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도요타 리콜사태의 최대 수혜자는 현대 · 기아차라고 치켜세우고 있지만,급성장한 과정이 도요타와 비슷한 만큼 언제 비슷한 전철을 밟을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도요타 전철 밟을라현대 · 기아차의 벤치마킹 대상은 도요타였다. 일부에서 '리틀 도요타'라는 별명을 붙일 정도였다. 전 세계 각지에 공장을 세우고 생산량을 급속히 늘려온 점,'마른 수건도 짜낸다'는 '와타나베 가쓰아키 도요타 부회장식'의 비용 절감으로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한 점 등이 도요타와 비슷하다. 단기간 내 글로벌 생산량을 늘리다보니 현지부품 조달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같은 점이다.

덩치가 급속히 커지다보면 균열도 발생하는 법.어느 순간에 도요타처럼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1990년대 중반 내수 축소에 위기감을 느낀 도요타가 2000년을 전후로 해외 공장을 급속히 늘리면서 균열이 생긴 것"이라며 "최근 3~4년간 해외 공장을 늘린 현대 · 기아차도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 · 기아차도 해외 진출 때 어쩔 수 없이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며 "현대모비스 등 계열 부품 회사를 늘리거나 협력업체의 수준을 높이는 일이 과제"라고 지적했다.

현대 · 기아차도 이런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기술연구소 관계자는 "우리도 도요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바짝 긴장하고 있다"며 "도요타가 이번 리콜사태를 무난히 극복할 경우 경쟁력이 더 강해질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에서는 "현대차 수혜" 한목소리현대 · 기아차의 긴장에도 불구하고 현대 · 기아차에 대한 외부 평가는 아주 긍정적이다.

싱가포르계 은행인 DBS는 1일 "도요타의 미국시장 판매 지연으로 한국 완성차들이 가장 큰 이익을 볼 것"이라며 "2월 한 달 현대차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0.5%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바클레이스캐피털도 "도요타 리콜사태로 현대차의 미국 시장점유율이 0.7%포인트 정도 상승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현대차의 상승세와 도요타 리콜사태가 한국과 일본 기업의 현주소를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디스는 "도요타는 전방위적 리콜을 실시키로 하고 생산도 중단한 반면 현대차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배 증가한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브라이언 카힐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도요타 등 일본 업체들은 엔화 강세 등으로 인해 비용절감과 구조조정에 천착하느라 품질관리에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도요타 리콜사태는 일본제품의 품질이 좋다는 인식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대차와 삼성전자 등이 지난 1년간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인 것은 원화 약세 요인도 있었지만,마케팅 능력과 향상되고 있는 제품 라인업,개선되고 있는 제품의 질에 대한 명성 덕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