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청년실업 대책에 더해야 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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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창출 정부·기업만으론 한계일전에 인도 남쪽에 위치한 골콘다 요새로 유명한 역사도시 하이데라바드에서 회의를 마친 후 남는 시간을 이용해 도시 구경을 나섰다. 길거리에는 말로만 듣던 거지들이 넘쳐났다. 십대로 보이는 앳된 여자애가 자기만한 애를 옆으로 안고 여행객들에게 구걸을 하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한 사람 정도면 어떻게 적은 돈이라도 주고 싶었는데 한 사람한테 주면 떼로 달려든다고 해서 겁이 나 슬슬 피하였다. 피하면서도 마침 작년 할리우드 아카데미상을 휩쓴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생각나기도 하고 60년 전 6 · 25전쟁 중에 찍은 사진들에서 본 우리 조상들의 모습들도 생각이 나서 가슴이 미어졌다. 또한 지난 50년 사이에 우리 나라에 경제발전의 기적을 일으킨 선배들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함께 들었다.
힘든일 마다않는 도전정신 키워야
이제 우리 나라는 경제발전의 덕분(?)으로 감당할 수 없는 후진국형 고출산율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선진국형 저출산율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1960년대만 해도 출산율이 6.0명이었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당시 정부의 인구억제정책으로 1984년에 일정 시점의 인구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수준인 2.1명에 도달했다. 출산율은 이후 계속 하락해 지금은 OECD국 중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인 스웨덴이나 일본보다 적은 1.16명에 이르렀다. 과거에는 두 명 이상 자녀를 낳으면 보험혜택도 주지 않았던 것을 지금은 출산장려금을 주는 것은 물론 자녀를 셋 이상 낳은 소위 다둥이 엄마들을 애국자라고 칭찬하는 시대가 됐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율로 말미암아 25세에서 49세까지의 산업현장 주력군이 1500만명도 안돼 성장 잠재력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지만,다른 한편으로 젊은이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충분히 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15세에서 29세의 청년실업률이 일반실업률의 두 배에 달하는 7%를 넘어서 사실상 1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정부는 청년실업자들과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1955년에서 1963년생 사이의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플렉스 타임제를 도입하려고 한다.
연공서열과 정해진 근무시간제로 경직된 노동시장구조를 유연하게 해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도록 하고,근무시간도 꼭 하루 8시간이 아니라 필요한 시간만큼 일할 수 있게 해 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은퇴연령을 늦추거나 은퇴 후 재취업을 돕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들의 노력으로 일자리 문제,특히 청년 실업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요즈음 모 TV에서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열심히 일해 도저히 인간이 하는 일로는 믿기지 않을 만큼 숙련이 돼 있는 모습을 방송하고 있다. 비록 '불량주사바늘찾기' 등 어찌 보면 작은 일 같지만 그들의 놀라운 숙련도에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우리 젊은이들은 어렵고 힘든 일은 외국인에게 맡기고,자신은 쉽고 편한 일을 찾아 헤매는 만성적인 무력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젊은이들이 현재의 높은 학력으로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민간기업보다는 공기업,지방보다는 서울,그리고 해외보다는 국내,개발도상국보다는 선진국을 선호하는 모습은 도전의식 결핍도 크게 작용할 것이다. 또 애를 낳아 기르는 것 같은 힘든 일을 될수록 피하고자 하는 것은 이기심의 또다른 모습 아닐까. 이런 것들이 청년실업률을 높이고 저출산을 초래하는 또 다른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어려운 환경에서도 즐겁게 그리고 열심히 일하는 산업 현장 선배들의 달인정신,개척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주 인 기 < 연세대 교수·경영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