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공격경영] 87조 '실탄 장전'…공격경영 앞으로

글로벌 주도권 굳히기
전기차 등 신성장 동력 발굴
위기 후 세계시장 '선점'
채용도 확대…8만명 뽑기로
삼성 현대 · 기아자동차 LG SK 등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기로 했다. 글로벌 경기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년 경영목표에서도 '공격 경영'을 화두로 내세웠다. 대기업들은 신성장 동력을 적극 발굴하는 한편 적극적인 인수 · 합병(M&A)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대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풍부한 '실탄'을 확보해 놓고 있다. 상위 15개 상장 대기업이 작년 말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성 자산만 42조823억원에 달한다. 전년(28조6907억원) 대비 46.7% 급증한 수준이다. 국내 30대 그룹은 올해 총 87조15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시설 및 연구개발(R&D)에 각각 64조7307억원과 22조2843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시설투자는 작년보다 17.7%,R&D 투자는 12.5% 각각 확대할 방침이다. 신규 고용 역시 7만9199명으로,작년보다 8.7% 늘리기로 했다.

삼성그룹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26조5000억원의 투자계획을 확정했다. 액수로만 따지면 30대 그룹 전체 투자액(87조150억원)의 30.5%를 차지한다. 그룹 전체 투자액의 70%에 가까운 18조4000억원을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집행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에 5조5000억원,LCD(액정표시장치)에 3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또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삼고 있는 태양전지 등 녹색에너지와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도 시작하기로 했다. 채용 규모는 작년(1만7000명)보다 10% 이상 많은 1만9000여명으로 잡았다. 삼성 관계자는 "구체적인 투자 분야를 확정하지는 않은 상태"라며 "면밀한 검토를 거쳐 다음 달 중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 · 기아차그룹은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는 전기차,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차 부문에 전체 투자액(10조5000억원)의 43.8%인 4조6000억원을 집중 투입한다. 작년보다 53.3% 확대한 수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올 하반기에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개발,북미시장에 수출하는 한편 내년에는 디젤 하이브리드카도 내놓기로 했다. 올 8월까지 경형 전기차를 시험 개발해 관공서를 중심으로 보급하고 내년 말부터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친환경차를 개발하기 위한 R&D 전문인력을 1000여명까지 확충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정몽구 현대 · 기아차 회장은 "글로벌 경쟁을 선도하고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친환경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며 "고용을 늘리고 채용 시기도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현대 · 기아차그룹은 고성능 엔진 및 변속기 공장을 증설하고 충남 당진 일관제철소를 확대하는 등 대규모 시설투자도 진행한다. 올 9월 현대제철 C열연공장을 준공하고 내년 1월까지 고로 2호기를 추가로 짓기로 했다.

현대 · 기아차그룹 내 자동차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는 작년(5100억원)보다 80% 이상 늘어난 9400억원을 투자하되,이 중 3200억원을 연구개발 분야에 집중하기로 했다. 550여건에 달하는 신제품 및 신기술 개발을 중점 추진하고,연구인력을 지금보다 20% 많은 1500명 수준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LG그룹은 역대 최대인 15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확정했다. 경기 파주 LCD공장 등 시설투자에 작년보다 30% 늘어난 11조3000억원을 집행한다. 구본무 LG 회장은 "배터리팩 등 친환경차 부문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설 것"이라며 "이 사업은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여서 잘만 하면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졸 신입 및 경력사원 6000명과 기능직 4000명 등 총 1만명을 채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2010년 채용계획도 마련했다. 올해 채용 일정이 마무리되면 LG그룹의 국내 임직원 수는 처음으로 10만명을 돌파,10만6000명 선까지 늘어난다. LG그룹 관계자는 "사업의 판도를 바꾸는 미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재에 충분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구본무 회장의 방침을 반영해 지난해보다 400명가량 채용 규모를 확대했다"며 "정년퇴직과 자연 감소 인력이 많지 않으므로 국내 고용인원이 10만명을 넘어설 것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은 작년 투자액(6조5000억원)보다 10% 이상 늘어난 8조원가량을 투자하기로 했다. 주력 계열사인 SK에너지와 SK텔레콤의 R&D 분야에 집중 투입한다. 채용 규모도 지난해(1600명)보다 10% 이상 늘어난 2000명 선으로 확대한다.

포스코는 M&A와 국내외 설비투자 목적으로 작년보다 두 배 가까운 9조3000억원의 투자계획을 세웠다. 두산은 작년보다 20% 많은 1조5000억원,STX는 10% 늘어난 1조2000억원을 각각 신규 투자하기로 했다. 동부그룹도 올해 제철업을 중심으로 1조원가량을 투입할 방침이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공격적 투자 및 고용 계획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이석채 KT 회장은 "한국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재능을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강덕수 STX 회장은 "풍력 및 태양광 분야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신 · 재생에너지 사업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